"트럼프 행정부, 국경장벽 건설에 내년에도 국방예산 전용 고려"
"건설 예산 의회 통과 안 되면 36억달러 추가 전용 계획"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민자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미군 예산을 전용키로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에도 국방예산을 추가로 전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경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우회해 남쪽 국경에 장벽을 세운다는 공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 11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주재로 백악관에서 국경장벽 건설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과 관련한 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된 36억 달러(약 4조3천억원)의 미군 시설 예산을 다시 편성해 배정하도록 의회를 압박할 방안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국토안보부를 통해 50억 달러(약 5조9천억원)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요구하기로 하고, 만약 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재차 36억 달러 규모의 미군 시설 예산을 전용한다는 계획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편성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방 예산이 장벽 건설에 전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509마일(819㎞) 길이의 국경장벽 건설을 공약 1호로 내세웠다.
민주당의 반대로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남쪽 국경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방예산 66억 달러(약 7조8천억원)를 장벽 건설에 전용하도록 했다.
이런 결정에 반발한 20개 주(州)와 인권·환경 단체는 법정 공방에 나섰고, 1·2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7월 대법관 5대4의 결정으로 하급심 결정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미 국방부는 지난 4일 국내외 군사시설 사업 예산 36억 달러를 전용해 175마일(약 280km)에 이르는 장벽 건설에 쓰기로 결정했다.
예산 전용 대상 미군 군사시설 사업에는 경기 성남의 군용 벙커인 탱고 지휘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 사업도 포함됐다.
한편, WP는 자체 입수한 문건을 바탕으로 국경장벽 건설에 총 184억 달러(약 21조9천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적으로 밝힌 비용보다 훨씬 큰 금액이라고 WP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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