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런던 패션위크의 화두는 '브렉시트'…업계 불확실성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매년 9월이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지에서 톱 디자이너들이 개성을 뽐낸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위크 행사가 열린다.
지난주 런던 패션위크에서도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 가운데 업계 종사자들의 대화 주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집중됐다고 BBC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개최 장소가 런던인만큼 디자이너와 모델, 의류업체 모두 영국의 EU 탈퇴가 향후 패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에서 패션산업은 320억 파운드(약 47조7천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이번 런던 패션위크에는 전 세계 19개국 이상다양한 국가의 디자이너들이 쇼케이스를 펼쳤다.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의 채용 담당자인 폴 율리는 "영국에서 패션을 배우려는 유럽 학생들의 신청이 늘고 있다"며 "2016년 국민투표 이후부터 이러한 흐름이 시작됐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견해에 패션업계 모든 종사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라고 BBC는 설명했다.
디자이너인 헨리 홀랜드는 라디오1 뉴스비트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업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가 두렵다"며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옷에 돈을 쓰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사업의 경우 그 불안과 신중함이 성장에 정말이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패션업계에선 의류의 특성상 판매하기 수개월 전에 대략적인 가격이 정해지는데, 파운드화의 환율 변동으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패션위크에서 선보이는 옷들은 내년 2월께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예정이어서 이를 주문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성탄절과 브렉시트 이전"이라며 "환율이 오르내리고 있어 완전히 도박을 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은 유수의 디자이너뿐 아니라 관련 업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의류업체 '패션 엔터'를 운영하는 제니 홀로웨이는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런던 북부에 위치한 이업체의 봉제사 85%는 동유럽 출신이다.
홀로웨이는 "사람들이 이전처럼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며 "브렉시트가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력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좌절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6세 이상에 봉제기술을 가르치는 수습 과정을 개설했다고 라디오1 뉴스비트에 밝혔다.
홀로웨이는 2016년 국민투표 이후 자신의 공장 내 의류 생산에 관심을 갖는 브랜드의 문의가 늘었다면서 EU 탈퇴가 영국에 경쟁력 있는 가격 구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패션협회(BFC)는 정부에 유럽 출신 모델과 봉제사 등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합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 측은 "영국의 패션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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