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미사일 파편 공개…"이란 배후" 주장
"공격 원점은 북쪽, 무기는 이란제"…공격 주체로 이란 직접 거론은 피해
예멘 반군 "UAE도 공격 표적" 위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군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핵심 석유시설 공격에 쓰였다는 크루즈미사일과 무인기의 파편을 18일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들 무기가 이란제이며 이란이 공격의 배후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은 "(석유시설의) 감시 카메라 동영상을 보면 이번 공격은 북쪽에서 시작됐으며 의심할 나위없이 이란이 배후다"라고 말했다.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이 비행체의 공격을 받아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 타격을 입었다.
친이란 예멘 반군은 무인기 10대를 동원해 이들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언론은 이란 서남부 본토에서 무인기와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됐다며 이란이 직접 공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과 연관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이날 예멘 반군의 근거지인 남쪽이 아닌 북쪽에서 공격이 시작됐다고 특정해 이란이 연루됐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공격의 주체로 이란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아 이란과 정면 군사 충돌은 일단 피하려는 뜻을 내보였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정확한 공격 원점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무기의 발사지점은 예멘이 아니고 크루즈 미사일의 정확도는 (이란의) 대리군(예멘 반군)의 능력을 넘는다"라며 "예멘 방향인 남쪽이 아닌 북쪽에서 미사일이 타격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무인기 18대와 크루즈 미사일 6발이 이번 공격에 동원됐고 미사일 3발이 빗나갔다"라며 "이 크루즈 미사일은 사거리가 700㎞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예멘 반군의 근거지와 공격 지점의 거리가 1천㎞ 이상인 만큼 공격 주체가 예멘 반군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일부 미국 언론은 17일 이번 공격에 쓰인 미사일은 이란의 중장거리 크루즈 미사일 '수마르'를 변형한 '쿠드스-1'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쿠드스-1 크루즈 미사일은 올해 7월 예멘 반군이 자체 무기전시회에서 공개한 적 있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파편을 분석한 결과 공격이 쓰인 무인기는 날개가 삼각 모양인 '델타 윙' 모델이며, 크루즈 미사일은 소형 제트엔진을 장착한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무기는 이란 정권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민간 표적과 기간 시설을 표적으로 사용하는 무기다"라며 이란제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헤사메딘 어셰나 이란 대통령 안보 보좌관은 트위터에 "사우디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과 무인기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어디서 발사됐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증명했다. 사우디의 방어 시스템이 왜 뚫렸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예멘 반군은 18일 "공격 뒤 미국이 공개한 사우디 석유시설의 위성사진은 피해를 적게 보이도록 조작한 것이다"라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두바이에도 여러 표적을 확보했으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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