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러·터키·이란 정상회담…시리아 사태 정치적 해결 강조(종합)
3국 정상 공동성명 채택…시리아인 참여하는 정치적 해법 강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예멘 반군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은 정당한 방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러시아·터키·이란 3국 정상의 다섯 번째 정상회담이 16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저녁 터키 대통령궁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2011년 이후 8년째 지속 중인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세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시리아 아랍공화국의 주권과 독립, 통일, 영토 보존을 위한 3국의 강한 약속'을 강조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3국 정상은 지난 2월 1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4차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사항을 검토하고 3국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시리아 사태는 오직 시리아인이 주도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54호에 따라 유엔이 관여하는 정치적 절차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54호는 지난 2015년 12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시리아 평화 계획 결의안'을 뜻한다.
이 결의안은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 '모든 당사자는 민간인과 의료시설을 비롯한 민간 시설을 겨냥한 모든 공격, 공습, 포격을 포함한 무차별적 무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상들은 또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훼손할 뿐 아니라 주변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분리주의 의제와 맞서기로 했다"면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긴장완화지대의 상황을 상세히 검토했으며, 지난해 9월 17일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른 모든 합의를 이행함으로써 시리아의 평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반군을 돕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양자 회담에서 반군의 마지막 거점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주(州) 일대에서 휴전하고 긴장완화지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옛 알카에다 세력이 이들립 지역을 장악하자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이를 명분으로 지난 4월 말 공격을 재개했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제공권을 장악한 정부군은 지난달 말 이들립 남부의 요충지인 칸셰이쿤을 5년 만에 탈환했으며, 지난달 31일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상태다.
다만, 휴전 선언 이후에도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돼 반군 지역 민간인 6명이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공격을 재개한 4월 30일 이후 현재까지 적어도 민간인 9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세 정상은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각국의 입장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것은 테러 조직인 쿠르드 민병대(YPG)"라며 "YPG가 존재하는 한 시리아는 물론 터키도 평화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내전 발발 이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방어를 위해 북동부를 비우자 이 지역을 장악하고 사실상 자치를 누리고 있다.
쿠르드족은 민병대를 조직해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가해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으나,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목표는 시리아 북동부에 '평화 통로'를 건설하려는 것"이라며 "이 지역이 '테러 통로'로 이용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터키와 미국은 지난달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시리아 안전지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나, 안전지대의 규모와 관리 주체 등을 놓고 양국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5일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터키 내 시리아 난민 365만명 가운데 100만명 이상을 터키군이 관리하는 시리아 안전지대에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틀 전 예멘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공격을 언급하며 "이는 사우디가 예멘을 상대로 수년 간 벌인 전쟁의 결과"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예멘 사람들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지원하는 미국과 유럽의 무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들은 조국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정당한 방어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親)이란 예멘 반군은 지난 14일 새벽 4시께 무인기 10대로 아람코의 석유 시설 2곳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원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단지의 가동이 중단돼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러시아·터키·이란은 직·간접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국가들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터키는 이들립 일대를 근거지로 정부군과 대치 중인 반군을 돕고 있다.
3국 정상은 지난 2017년 11월 러시아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처음 머리를 맞댔으며, 이후 2018년 4월 터키 앙카라, 2018년 9월 이란 테헤란, 2019년 러시아 소치에서 회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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