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망 악화에 ECB, 부양 패키지…美 연준 영향 주목
글로벌 무역분쟁 등 악재…트럼프 ECB 정책 들며 연준 압박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쌍끌이' 경기부양 패키지를 꺼내 들었다.
ECB는 12일 예금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재개 카드를 함께 내밀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약세를 심각하게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국제정세가 경기에 더욱 부정적으로 돌아가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며 유로존의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시점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경제가 예상보다 더 둔화했고 무역 등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서 이번 조처가 상당한 경기부양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ECB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16년 3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순자산매입 프로그램도 지난해 말 종료한 뒤 9개월 만에 재개 결정을 내렸다. 순자산매입 프로그램은 11월 1일부터 시작된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지난번과 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유로존의 경기상황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이런 부양책을 예상해왔다.
특히 최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중기 목표치(2%)에서 더욱 멀어진 탓이 크다.
7월 인플레이션은 1.0%였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4월 1.7%, 6월 1.3%, 6월 1.2%로 계속 하락세였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의 8월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1.0%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 2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계절조정치)이 1분기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의 직전분기 대비 성장률 0.4%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월 (향후 경기)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올라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CB는 예금금리 인하로 ECB에 자금을 예치하는 시중은행들의 부담이 커진 만큼, 이를 완화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은행의 초과 유동성 일부를 마이너스 예금금리에서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시중은행의 부담 증가는 예금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측의 논거로 사용돼왔다.
ECB의 이날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ECB의 통화정책 발표 직후,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ECB의 정책을 근거로 연준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들(ECB)은 매우 강한 달러에 대해 유로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 수출에 타격을 주려 노력하고 있고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을 향해 "그리고 연준은 앉아있고, 앉아있고, 앉아있다. 우리가 이자를 지불하는 동안, 그들은 돈을 빌리는데 돈을 번다"면서 연준에 신속한 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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