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침탈 주역 시부사와, 日NHK '대하드라마'로 되살아난다
'근대 일본경제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이치, 2021년 방송분 주인공
아베의 역사 수정주의 선전 효과 가능성…韓 반발 등 논란 불가피 전망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공영방송 NHK가 근대화 시기의 사업가로 일본 역사에 이름을 남긴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의 생애를 오는 2021년 방송할 대하드라마 주제로 확정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NHK는 9일 내후년에 방송할 대하드라마로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의 생애를 담는 '청천<푸른 하늘>을 찔러라'(?天を衝け)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시부사와로 등장하는 주연 배우는 요시자와 료(吉?亮·25)가 맡고, 각본가는 NHK의 연속 TV소설인 '아침이 온다'(あさが?た) 등으로 유명한 오모리 미카(大森美香)로 결정됐다.
NHK 대하드라마는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요일 오후 8시에 방영되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내년도 방송분까지 타이틀이 정해졌고, 이번에 2021년도 방송분 내용이 확정돼 내년 여름부터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NHK가 60번째 대하드라마로 그릴 인물이 일제의 한반도 경제 침탈에서 선봉에 섰던 장본인이어서 향후 제작·방송 과정에서 한국 측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이타마(埼玉)현 후카야(深谷)시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시부사와는 일본이 근대화를 거치면서 군국주의로 치닫던 시기에 활약했던 사업가다.
그는 제1국립은행과 도쿄가스 등 500여개 기업의 설립 및 육성에 관여해 일본에서는 성공한 실업가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관점에선 일제의 한반도 경제 침탈을 주도한 상징적 인물이다.
안중근 의사에게 피살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으며, 한반도에서 유통된 첫 근대적 지폐에 등장해 한국에 치욕을 안겨주기도 했다.
구한말 대한제국에서는 1902~1904년 일본 제일은행의 지폐로 1원, 5원, 10원권이 발행됐는데, 이들 3종 지폐에 그려진 인물이 당시 제일은행의 소유자인 시부사와였다.
대한제국은 1901년 외국 돈의 유통 금지와 금본위 제도의 채택을 내용으로 하는 자주적 화폐 조례를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제일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것을 요구한 뒤 무력시위를 통해 대한제국이 받아들이도록 했고, 은행 소유자인 시부사와 초상을 지폐에 그려 넣었다.
지난 4월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오는 2024년 상반기 중 발행 예정인 새 지폐 중 1만엔권에 메이지 시기의 계몽사상가인 후쿠자야 유키치(福澤諭吉)를 대체해 시부사와 초상을 넣겠다고 발표해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됐다.
한반도 경제침략의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의 초상을 새 1만엔권 지폐에 넣는 것 자체가 반성해야 할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NHK가 한일 간에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하드라마에 담을 주인공으로 시부사와를 선택해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를 선전하는 효과를 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연을 맡게 된 요시자와는 9일 도쿄 시부야(澁谷) NHK방송센터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역사가 있는 대하드라마의 60번째 작품 주연을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시부사와의 인생을 엔터테인먼트로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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