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反중국 재벌' 지미 라이 자택에 화염병 테러
反송환법 시위에도 참여…2008년부터 수차례 테러 위협당해
진보 성향 빈과일보 창립해 중국 본토에 '미운털' 박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반중국 성향의 홍콩 언론 재벌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의 자택에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화염병 테러를 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이 5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무렵 모자와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지미 라이의 집 앞에 온 후에 한 남성이 지미 라이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다른 남성은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고 있었다. 화염병을 던진 후 이들 남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황급히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며 "누군가를 다치게 하려는 것보다는 '경고' 목적의 공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미 라이는 반중국 성향이 뚜렷한 일간지 '빈과일보'와 주간지 '넥스트 매거진'(이저우칸·壹週刊)을 소유한 언론 기업 넥스트 미디어의 창립자이다.
1948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 후 13살 나이에 홍콩으로 건너와 월급 8달러를 받고 의류 공장에서 일했다.
모은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해 자금을 마련한 뒤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에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만들어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의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6년 넥스트 매거진은 판매 부수 기준으로 홍콩 주간지 중 1위, 빈과일보는 일간지 중 2위로 올라섰다.
1994년 그가 소유한 언론 매체가 톈안먼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李鵬) 총리를 강도 높게 비난하자, 중국 정부는 본토에 있는 지오다노 매장들을 폐쇄해버렸다. 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의류 기업을 매각해야 했다.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등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그는 수차례 테러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2008년에는 지미 라이의 자택 밖에 있는 나무에 사제 폭탄이 설치돼 불이 났고, 2009년에는 그와 마틴 리 전 민주당 주석을 암살하려던 중국인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총, 탄환, 지미 라이의 신상정보 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암살 미수범의 배후에는 중국 폭력조직인 삼합회 두목과 조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법정에서 대만에 사는 한 홍콩 출신 재벌이 지미 라이 등의 목숨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실토했다.
2013년에는 자동차 한 대가 그의 자택 정문을 들이받았고, 이후 정문 앞에서 칼, 도끼 등이 발견됐다. 2015년에도 복면을 쓴 한 남성이 그의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다.
빈과일보 등 그가 소유한 매체가 지난 6월 초부터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자 지난달 10일에는 친중파 시위대가 지미 라이의 자택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4인방'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달 홍콩 시민 170만 명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빈과일보 등은 뚜렷한 반중국 성향으로 최근 인기가 치솟아 판매 부수가 급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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