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코너 몰린 英존슨, 다음 전략은…"시간끌기·총선 재시도"
상원에 100개 수정안 대기…노딜 반대파 "시간 vs 머릿수 싸움"
"존슨, 9일 조기총선案 재시도할 것"…"같은 승부수 던진 메이는 실패"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다음 달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 후 세 차례 하원 표결에서 모두 패배하며 코너에 몰렸다.
여름 휴회 후 2일(현지시간) 재개된 하원은 표결로 존슨 총리 정부로부터 의사 일정 통제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고(찬성 328 대 반대 301), 이튿날에는 더 큰 표차로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가결했다(찬성 327 대 반대 299).
노 딜 브렉시트 방지법은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사태를 막고자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연기하는 내용이다.
브렉시트 연기를 수용할 수 없는 존슨 총리는 이어 다음달 15일 조기 총선 안을 발의했지만, 가결 정족수(434표)에 현저히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찬성은 298표에 그쳤고 반대가 56표였다.
일간 '가디언', '아이뉴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다수 영국 매체가 '코너에 몰린 존슨'을 1면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만약 브렉시트 연기법안이 상원마저 통과한다면 존슨은 총리로서 '지상'(至上) 과제인 10월 말 브렉시트 강행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므로 정치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영국 정치권은 존슨 총리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할 다음 행보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은 5일 상원에서 '유럽연합(탈퇴)법', 즉 브렉시트 연기법 통과를 '합법적 의사방해'(필리버스터)로 저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상원 표결은 형식적인 절차인 데다, 보수당 의석은 상원 전체 775석 중 236석으로 과반에 현저히 모자란다.
상원 구성만 보면 노 딜 방지법이 상원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는 브렉시트 지지파 의원들이 제출한 무려 100여개의 수정안이 상원에서 토론과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주제를 다룬 법안을 병합 심리할 수 있는 하원과 달리 상원은 모든 수정안에 대해 개별적인 토론과 표결을 거쳐야 한다.
상원의 토론과 표결에는 각각 짧게는 15분씩이 걸린다.
이런 방식으로 보수당이 시간을 끌어 '노 딜 방지법'이 9일까지 상원 통과와 여왕 재가 절차를 밟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예고한 '정회'(prorogation, 의회 중지) 조처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
존슨 총리는 정회 기간이 9∼12일 사이에 시작된다고 앞서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노 딜 방지법 통과 저지에 일단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맞서는 제1 야당 노동당 등 노 딜 반대파는 자리를 지키며 수정안을 모두 부결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노 딜 반대파가 수정안 부결을 위해 의원들의 재석 '순번표'를 짜고 있다고 영국 국영 BBC가 보도했다.
야권 고위 인사는 "저들에게는 시간이, 우리에겐 머릿수가 무기"라고 말했다.
상원에서 브렉시트 연기법 저지가 여의치 않다면 존슨 총리는 정회 직전 조기 총선 안을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
영국 의회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존슨 총리가 9일 조기 총선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 의원 회의에서 조기 총선은 교착상태를 해소한 유일한 돌파구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 예정일인 10월 31일 전까지 브렉시트 방지법이 통과돼야 총선에 동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터라 조기 총선 성사 여부와 시기는 불투명하다.
설사 조기 총선이 성사된다고 해도 존슨 총리에게는 위험한 '도박'이다.
존슨 총리는 지지율이 저조한 코빈 대표를 상대로 총선에서 승리해 안정적 다수당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2017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비슷한 시도는 보수당의 과반 상실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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