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이란 제재 예외없어"…佛제안 핵합의 구제안 '제동'
佛·이란 핵합의 유지 논의 중 제재…이란 "핵합의 이행 더 감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이 대이란 제재 부과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프랑스가 이란에 제안한 이른바 '핵합의 구제안'의 실행에 제동이 걸렸다.
AFP통신 등은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가 4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지키겠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라며 "우리는 대이란 제재를 예외 또는 면제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현재 프랑스의 제안(핵합의 구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지 못해서 그 안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고는 했지만 프랑스의 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우리는 프랑스의 제안에 매우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을 대표해 이란에 핵합의를 유지할 수 있는 구제안을 지난달 제안했다.
이는 이란이 요구하는 원유 수입을 위해 연말까지 150억 달러(약 18조원)의 신용공여한도(credit line)를 제공하고 이란은 그간 2차례 감축했던 핵합의 이행을 원상복구 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를 놓고 지난달 말부터 2일까지 파리에서 집중적으로 협상했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은 물론 원유 수입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이란중앙은행과 '상당한 금액'을 거래하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저촉된다.
따라서 프랑스의 구제안이 실행되려면 이에 따른 이란산 원유 거래에 대해서만이라도 제한적이나마 신용공여 또는 신용장 개설을 용인해야 한다.
미 재무부는 4일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올린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결돼 불법적으로 원유를 수송·판매해 테러 자금 지원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란 전 석유장관 로스탐 거세미 등 10명을 제재했다.
또 7월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한다는 이유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억류했다가 지난달 18일 방면한 이란 유조선 아드리안 다르야-1호와 연루됐다며 인도 회사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유조선도 지난달 30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아울러 이란혁명수비대의 테러 지원 행위를 제보하면 최고 1천500만 달러(약 150억원)의 신고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와 이란이 미국의 탈퇴로 위기에 처한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붙이는 와중에도 미국은 적대적인 대이란 제재를 오히려 강화한 셈이다.
훅 특별대표는 이런 제재를 발표하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이란은 외교적 압박과 고립, 경제적 압력 또는 군사적 위협을 받아야 협상장에 나왔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 정권의 자금줄을 막아 악행의 비용을 높이겠다"라며 대이란 적대 정책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와 이란 모두 이번 협상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크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터에 미국의 강경한 반응까지 겹치면서 핵합의의 존속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전망이다.
이란은 프랑스와 집중적 협상을 벌이는 중에도 핵합의 이행을 감축하는 3단계 조처를 준비했다면서 유럽을 압박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4일 내각회의에서 "프랑스와 협상이 하루 이틀 새 결론나지 않을 것 같다"라며 "예고한 대로 유럽이 우리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라 3단계 조처를 실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늦어도 5일까지 3단계 조처의 내용을 공개하고 6일 또는 7일 이를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3단계 조처를 하고 다시 프랑스와 협상하고, 60일 뒤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4단계 조처를 하고 또 협상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된 5월 8일과 60일 뒤인 7월 7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두 단계에 걸쳐 축소했다.
특히 3단계 조처는 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20%까지 높이는 조처가 포함될 공산이 크다. 이 조처는 핵무기 개발을 사실상 선언하는 의미인 만큼 이를 이란이 실행하면 중동 핵위기를 막을 유일한 '희망'인 유럽과 이란의 대화마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