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터키-그리스 이번엔 난민 문제로 '으르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견원지간으로 유명한 터키와 그리스가 난민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최근 터키를 통해 밀려드는 불법 이주자를 견디다 못한 그리스가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들을 터키로 추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터키에서 한꺼번에 600명이 넘는 불법 이주자·난민이 들어온 직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그리스 정부는 레스보스섬 난민 캠프의 과밀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망명 희망자 1천500여명을 그리스 본토로 옮기는 한편, 망명 신청이 거부된 사람들은 터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리스 정부는 터키에서 매주 수백명의 불법 이주민이나 난민이 몰려들면서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레스보스를 비롯해 사모스·키오스·레로스·코스 등 에게해 5개 섬에 수용된 난민은 2만2천여명으로, 정원을 3∼4배 초과한 상태다.
그러자 터키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그리스로 건너간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반박했다.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은 4일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총 3만842명이 터키를 통해 그리스로 갔다"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만9천25명보다 6%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그리스만큼만 터키에 신경을 쓴다면 우리는 난민 문제를 훨씬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EU와 그리스를 동시에 비판했다.
실제로 터키는 67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 중 360만명 이상을 자국 내 수용 중이다.
터키 내부에서는 유럽 국가를 위해 '난민 방파제'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한 상태다.
여기에 그리스가 난민을 터키로 추방하겠다고 선언하자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터키와 그리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이다. 유럽 문화의 발원지인 그리스는 15세기 말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했다.
약 400년간의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그리스는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하는 데 성공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 쇠락하자 오스만 제국의 영토로 진격하기에 이른다.
터키는 그리스를 포함한 외세의 침공에 한때 멸망의 위기에 몰리지만, 훗날 국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등장으로 외세를 몰아내고 공화국 수립에 성공했다.
이처럼 오랜 앙숙인 양국은 최근 들어서도 동(東) 지중해의 분단국 키프로스의 대륙붕 자원 개발을 두고 터키는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을, 그리스와 EU는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을 지원하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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