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격차' 속 예견된 獨극우당의 부상…기성정당에 비상벨
AfD, 반난민 정서 흡수…지방선거 과정서 1위 가능성도 제기돼
기민과 사민, 각각 제1당 사수…당내 변화 목소리 커질듯
옛동독지역서 좌파당 몰락…녹색당 선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부상한 작센주(州)와 브란덴부르크주 지방선거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송 카메라에 잡힌 작센주의 제1당인 기민당, 브란덴부르크주의 제1당인 사민당 지지자들은 이전 선거와 비교해 부진한 결과 전망치가 나왔지만,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AfD에 제1당을 내주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한 것이다.
AfD는 선거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작센주에서는 기민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실제 개표 비공식 집계 결과 작센주에서 기민당은 32.1%의 득표율로 제1당 자리를 지켰으나,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7.3% 포인트 떨어졌다.
AfD는 17.8% 포인트 뛰어오른 27.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사민당은 4.7% 포인트 떨어진 7.7%로 부진했다.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사민당이 26.2%의 득표율로 제1당 자리를 유지했으나, 이전 선거보다 5.7% 포인트 떨어졌다.
AfD는 23.5%로 11.3% 포인트 올랐다. 기민당은 15.6%로 7.4% 포인트 떨어졌다.
AfD는 2017년 총선에서 옛 동독지역의 지지를 주요 자양분으로 삼아 제3당 자리를 차지하며 연방하원에 처음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바이에른주 지방선거 등에서도 선전하며 기성정당들을 긴장하게 했다.
AfD의 부상은 반(反)난민 정서와 반이슬람 정서에 기댄 측면이 크다.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국경을 열어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뒤 형성된 이슬람 출신 난민들에 대한 불안감을 AfD가 끌어안기 시작한 것이다.
기성정당이 난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불만은 AfD로 표심을 더욱 향하게 했다.
특히 옛 동독지역이 경제적으로 여전히 옛 서독지역에 비해 낙후된 데다, 옛 동독지역 주민이 '2등 국민' 취급을 받는다는 인식은 옛 동독지역에서 AfD의 몸집을 더욱 커지게 했다.
다만, AfD는 2개 주에서 제2당 자리에 올랐으나, 기민당과 사민당 등 기성정당들은 선거 과정에서 AfD와의 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주 정부 구성에 참여하지 못할 전망이다.
또, AfD는 작센주에서 정당 후보명단 작성과 관련된 절차상 문제로 작센주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최대 30석까지만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적용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작센주에서 득표율대로라면 AfD의 최대 의석은 38석으로 전망된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각각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제1당을 수성했지만, 부진한 성적표로 인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현재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는 선거 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정책 등을 강화해 당의 면모를 일신해 AfD의 도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민당 사무총장은 "AfD의 성공을 막는 방법은 (우리가) 좋은 정치를 추구하고 정부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책임감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는 좌파당의 몰락과 녹색당의 선전도 주목된다. 좌파당은 옛 동독지역에서 상당한 지분을 행사해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입지가 많이 축소됐다.
작센주에서 좌파당은 8.5% 포인트 떨어진 10.4%의 득표율에 그치며 제2당 자리에서 내려왔다. 브란덴부르크주에서도 좌파당은 7.9% 포인트 하락한 10.7%에 그쳤다.
반면, 녹색당은 작센주에서 2.9% 포인트 오른 8.6%, 브란덴부르크주에서 4.6% 포인트 상승한 10.8%의 득표율로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여준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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