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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의회 봉쇄'에 英여왕도 브렉시트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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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의회 봉쇄'에 英여왕도 브렉시트 격랑 속으로
현실 정치 불개입 원칙, 브렉시트 논란으로 훼손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논의를 막아버리는 '의회 정회' 결정을 내리면서 상징적 통치자였던 영국 여왕마저 브렉시트 격랑에 휘말려 들게 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존슨 총리는 전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승인을 받아 '여왕 연설(Queen's speech)' 날짜를 9월 3일에서 10월 14일로 미뤘다.
영국 여왕은 하원 회기 시작 때마다 의회에 나와 정부 주요 입법 계획을 발표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데 이런 여왕의 연설 전까지 통상 의회는 정회한다.
문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 시한이 10월 31일이라, 여왕 연설 이후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2주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존슨 총리는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감수하더라도 10월 31일 예정대로 EU를 탈퇴하겠다며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존슨 총리가 여왕의 승인을 앞세워 의회를 기습적으로 정회시키자 런던에서는 그를 독재자로 부르며 정회를 비판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왕이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야당 의원들은 여왕이 연설 날짜를 승인하기 전 여왕과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상징적인 통치자인 영국 여왕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 총리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시프 하미드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교수는 "실질적으로 여왕은 위임받은 권한이 없다"며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여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통치는 선거로 구성된 정부가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브렉시트 논란으로 의회와 국민이 반으로 쪼개진 영국에서 존슨 총리가 여왕을 논란이 된 이슈의 한복판으로 끌어냈다고 전했다.
리버풀대학 헌법학 교수인 마이클 고든은 "여왕은 의회 정회를 형식적으로 승인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조치로 여왕을 논란에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왕의 후계자로서 민감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던 찰스 왕세자가 좀 더 정치적으로 통치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철저히 중립을 고수하면서 60년 넘게 통치한 여왕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작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올 1월 브렉시트 문제로 의회가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을 때도 브렉시트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영국이 공통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만 말했다.
하미드 교수는 정부가 논란이 되는 문제를 권고하는 일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여왕이 권고를 따르기만 한다면, 정치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여왕이 끌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든 교수는 이번 논란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것이라며, 의원들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면 여왕의 승인이 다시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존슨 총리가 여왕에게 법안을 승인하지 말도록 권고하면 통치하지 않는 여왕은 그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성사시키고 존슨 총리가 새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막더라도 그가 총리 사퇴를 거부하면 여왕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고든 교수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여왕을 둘러싼 충돌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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