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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상태서 깨자 붙잡고 안락사 강행…네덜란드 의사 첫 법정행
네덜란드, 2002년 세계 첫 안락사 합법화 후 최초 사례
의사 "환자 요청 이행했을 뿐" vs 검찰 "환자 생각 바꿨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고, 최근 수년 간 그 시행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런 네덜란드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던 한 여성에 대한 안락사 시행을 놓고 전례 없는 재판이 시작됐다.
AP와 AFP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지방법원에서는 26일(현지시간) 안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한 재판이 처음 열렸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 시행과 관련해 의사가 재판에 회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 의사는 2016년 알츠하이머 증세를 가진 74세 여성 환자에게 안락사를 시행하고자 환자의 커피 속에 수면제를 넣었다.
하지만 애초 의도와 달리 환자는 잠에서 깨어 앉기까지 했고, 의사는 옆에 있던 딸과 남편 등 환자의 가족에게 붙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안락사 절차를 마쳤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런 상황을 인지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환자가 마음을 바꿨을 수 있는 몇 가지 정황이 있고, 의사가 엄격한 조건을 부여하고 있는 안락사 법에 따라 환자의 정확한 의사를 알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이날 법정에 선 의사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안락사를 이행했을 뿐이라며 환자는 죽을 때까지 심각한 치매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또 환자는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았다며 안락사나 치매와 같은 개념조차 가늠할 수 없는 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이 난다면 의사는 이론상으로 살인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의사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실형 등으로 꼭 처벌하기보다는 안락사 관련 법체계에 문제가 있는지 재판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으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이례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여성 환자가 사망 4년 전인 2012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면서 다소 불명확한 내용의 자신의 의견을 남기면서 비롯됐다.
당시 여성은 서면 진술서를 통해 자신은 알츠하이머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지내는 요양원에 보내지기보다는 차라리 안락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성은 또한 "의식이 있는 동안, 그리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죽는 시점을) 내가 결정할 수 있기를 원한다"라고도 썼다.
하지만 병이 악화해 여성은 결국 시설에 맡겨졌다. 노인병 전문의가 여성의 서면 의사에 따라 안락사가 시행될 수 있는 사정에 있다고 판정했고, 다른 두 명의 의사도 이런 진단을 확인했다.
검찰 쪽에서는 당시 의사가 안락사를 강행하기 전에 환자와 더 집중적인 논의를 했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의사가 집행한 안락사는 약 7천 건으로 5년 전의 4천188건을 훌쩍 넘길 정도로 크게 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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