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2분기 최악의 소득분배, 진단부터 제대로 해라
(서울=연합뉴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 소득 양극화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결과는 거꾸로였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470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8% 늘었다. 가구소득의 주요 원천인 근로소득(4.5%), 재산소득(7.0%)이나 이전소득(13.2%)이 크게 늘어서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증가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경기 위축에 따라 사업소득(-1.8%)이 줄고, 균등화 가처분 소득으로 분석한 소득분배는 2분기 기준으로는 집계 이후 최악으로 나왔다. 국내외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는 대형 악재들이 겹치면서 수출과 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이 내리막인데 소득 불균형까지 이렇게 나빠졌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86만6천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9% 늘었고, 소득 최상위 20%(5분위) 가구의 월평균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459만1천400원으로 3.3% 증가했다. 균등화 처분 가능 5분위 배율은 5.3이었다. 가장 잘사는 최상위 20% 가구가 가장 못 사는 최하위 20% 가구보다 실제로 처분 가능한 돈을 5.3배나 많이 번다는 뜻이다. 2분기 기준으로 2008년 2분기(5.24)가 가장 높았으나 이번에 그 고점이 깨진 것이다. 다른 분기까지 넣은 5분위 배율로는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1분기의 5.95나 올해 1분기의 5.80 보다 낮았지만, 이게 위안이 될 수는 없다. 계절 요인을 고려한 분기별 비교가 더 객관적이어서다. 물론 긍정적 신호도 있다. 전체 가계의 명목 처분가능소득이 4년 사이 최대폭인 2.7%가 늘며 증가로 돌아섰고, 최하위 소득계층의 명목소득 감소도 1년 반 만에 멈췄다. 전체 가계의 실질소득 역시 7분기째 증가 행진을 보였다.
소득 양극화 심화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실현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로서는 뼈아픈 지점이다. 먼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 증대와 국내 경기 위축이 주요 원인인지,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등 정책 요인에 따른 부작용인지를 꼼꼼히 살펴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찾길 바란다. 그런 뒤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세밀한 처방을 내놓는 것이 순서다. 성장과 분배라는 한 나라 경제의 두 축이 모두 나빠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정책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손뼉을 쳐줄 국민은 없다.
경기 둔화와 분배 악화가 나쁜 쪽으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에 빠지게 하면 안 된다. 경기가 나빠지면 저소득 비숙련 단순 노동자의 일자리가 먼저 없어진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가 줄어 가난한 계층으로의 이전소득 재원 마련도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총론과 각론에서 악순환을 막을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경기가 풀리면 걱정이 줄겠지만, 당분간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과감한 혁신성장과 4차산업혁명 전략 수립으로 장기적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흔들리지 않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근본 처방이겠지만, 그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만큼 취약계층 복지에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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