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협박 770건인데…日예술감독 "협박자 특정돼야 전시재개"
쓰다 예술감독 "장애 상당히 높아" 소극적…시민단체는 전시재개 서명운동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이 예술제의 예술감독이 협박자가 모두 특정이 돼야 전시를 재개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은 전날 나고야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협박 이메일을 보낸 모든 인물의 특정이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의 전시를 재개할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관람객의 안전을 중시하며 한 발언이지만, 이는 사실상 전시회를 조기에 재개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아이치현은 지난 15일 모두 770통의 협박 이메일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협박 이메일을 보낸 사람을 특정하는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소녀상 전시 중단(8월3일) 후 닷새가 경과한 지난 8일에야 첫 협박범을 체포했었다.
쓰다 감독은 여기에 전시 재개 후 항의 전화에 대한 대응과 전시시설의 경비체제 증강도 조건으로 들면서 "(전시 재개의) 장애가 상당히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지난 1일부터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3일 '안전'을 명분으로 전시를 중단했다.
이에 일본의 예술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이 전시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참가 작가 90여명 중 미국, 유럽, 중남미 작가 등 11팀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에서 빼라고 요청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쓰다 감독은 소녀상 전시 중단 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 것에 사과한다. 제 책임이다"라는 애매한 입장을 표명해 전시 중단에 반대하는 작가와 시민들에게 비판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해서는 요코다이도 사토시(橫大道聰) 게이오대(헌법학) 교수가 18일 아사히신문에 "문제는 예술감독이 중지 판단에 관계했다는 것"이라며 "예술감독의 직책은 작품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쓰다 감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소녀상 전시 중단 문제와 관련해 헌법학자, 예술 전문가 등 일본 시민들이 만든 단체인 '표현의 자유를 시민의 손에 전국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17일 도쿄 도내에서 집회를 열고 전시 재개를 위해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다른 단체와와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중지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위축하지 않고 논의를 계속해 전시를 재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