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사태 '방관' 비판 속 '볼륨업', 볼턴 등판 中에 경고…역할분담 관측도
'中과 무역협상' 일순위인 트럼프, 적극 나설지 미지수…불개입주의 다시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와 관련, 중국에 '인도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초 "중국과 홍콩 간의 일이고 스스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거리두기에 나선 것을 두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고조되자 이를 의식한 듯 홍콩 사태에 대해 조금씩 볼륨을 높여가는 모양새이다.
여기에 '슈퍼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등판', 중국을 향해 홍콩 시위 무력진압을 자제하라며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일으키지 말라고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천명해온 '불개입·불관여 주의'가 이번 홍콩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물론 중국은 (무역) 협상을 타결짓고 싶어 한다.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면서 "만약 시진핑(習近平)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짓고 싶어 한다"면서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라고 말해 무역협상에 앞서 이번 사태의 '인도적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 대해 '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지도자'라며 유화적 제스처를 유지했다.
같은 날 볼턴 보좌관은 보다 강경한 어조로 총대를 멨다.
볼턴 보좌관도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신들이 취할 조치를 매우 신중히 봐야 할 것"이라며 "왜냐면 미국은 톈안먼 광장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에서 그와 같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의 분위기도 매우 들끓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하나의 실수라도 한다면 아마 미국 의사당의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일을 최근 홍콩 시위에서 되풀이하지 말라고 고강도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도 이날 홍콩 시위의 원인이 중국 당국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중국에 대해 '준군사적 움직임'이라는 표현을 쓰며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이날 메시지 발신은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 증폭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론이 미 조야에서 확산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도 홍콩 시위자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고위 참모들이 홍콩 시위자들을 지지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거부해왔다"고 백악관 내부 논의 상황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며칠간 볼턴 보좌관을 비롯,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의 중국 관련 당국자들, 그리고 여러 경제 참모들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문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제한적으로 시 주석과의 무역 협상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내 반대를 진압하려는 시 주석의 시도를 비판하는 것이 자칫 이번 겨울 무역 합의에 서명할 가능성에 재를 뿌릴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무역 협상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중국의 인권 유린 문제에 눈감아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언론 보도 이후 '인도적 해결'을 언급한 트윗이 나온 것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CNN방송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수십년간 해온 역할인 '안정화의 보증인(a guarantor of stability)'의 역할을 버리고 대신 '국제적 분열'의 대리인으로 행동하길 선택할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경제적 국제 문제들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경우 불화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CNN은 그러한 국제 문제들의 예로 이번 홍콩 사태와 함께 한일 갈등 등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두고 홍콩 사태에 대한 '불관여·불개입' 스탠스의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을 악화시키고 모든 문제를 비용적 관점에서만 접근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관여' 쪽으로 본격 선회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 최우선 관심사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적당히' 언급하고, 볼턴 보좌관이 강하게 중국을 압박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