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동성결혼 지지 케이크' 거부 결국 유럽인권재판소로
동성애 인권운동가, 빵집이 케이크 제작 거부하자 소송
英 1·2심은 인권운동가 손 들어줘…대법원서 뒤집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북아일랜드 '동성 결혼 지지 케이크 제작 거부' 사건이 유럽인권재판소(ECHR)로 무대를 옮겨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인권 로펌인 '피닉스 로'는 동성애 인권운동가인 개러스 리로부터 이번 사건을 ECHR로 가져가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리는 지난 2014년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벨파스트의 애셔스 빵집에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버트·어니의 모습과 함께 "동성결혼을 지지해요" 문구를 새긴 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이 빵집은 종교적 신념에 반한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애셔스 베이커리는 기독교 관련 조직이 경제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리는 이같은 주문 거부가 잘못됐다고 판단,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심 재판부는 애셔스 빵집이 리에게 500 파운드(약 75만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대법관 5명의 만장일치로 빵집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빵집 주인이 고객의 성적 취향 때문에 주문 이행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고객들이 주문하는 그런 케이크의 제작도 그들의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거절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누구도 자신의 신념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갖거나 표현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피닉스 로'는 케이크를 제작하는 것이 그 케이크에 담긴 메시지를 지지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대법원 결정이 뒤집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객을 위해 케이크를 만드는 것과 이에 담긴 동성 결혼 지지 메시지를 동일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펌은 아울러 케이크는 개인적인 용도로 주문한 것으로, 빵집이 이같은 케이크를 제작했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는 점을 ECHR에서 주장할 예정이다.
리는 "가게 주인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고 나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가게가 고객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위험한 전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내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영국 하원은 오는 10월 21일까지 북아일랜드 공동정권이 재출범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에서 동성결혼과 낙태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통과시킨 바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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