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 협상 앞둔 북마케도니아 '사법농단'으로 시끌
검사가 뇌물수수 의혹 연루…대통령 "부패 뿌리뽑겠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는 북마케도니아에서 검사가 연루된 '사법농단' 스캔들로 시끌시끌하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 스캔들은 지난달 미디어 재벌 보얀 자바노브스키와 그의 지인이 돈세탁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한 기업가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이 드러나 체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사람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형량을 경감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업가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보수 성향의 이탈리아 언론 '라 베리타'는 최근 관련 검사가 실제 이 스캔들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고,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문제의 검사는 녹음된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맞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죄 연루 의혹은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들불처럼 번졌고, 야당은 정부의 총사퇴와 함께 새로운 대선 실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 스캔들은 북마케도니아가 오는 10월 EU 측과 회원국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를 희망하는 민감한 시점에 불거져 정부 여당을 당혹게 하고 있다.
오랫동안 EU 가입을 원해온 북마케도니아는 이를 조속히 성사시키고자 최근 그리스와의 합의로 국호를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변경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을 자국 역사로 생각하는 그리스가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마케도니아의 국호를 바꾸지 않으면 EU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버텨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집권한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SM) 소속 스테보 펜다로브스키(55) 대통령도 행여나 이번 스캔들이 EU와의 협상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면서 연일 부패 근절을 외치고 있다.
그는 여름 휴가에 들어간 검찰에 지금은 쉬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조속히 복귀해 수사에 임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내각을 책임진 같은 당 소속 조란 자에브 총리도 국가 전반에 만연한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면서 "누구도 사법적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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