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금융시장, 예비선거 '親시장' 대통령 완패에 출렁
'포퓰리즘 귀환' 우려에 페소화 가치 30%·주가 10% 급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친(親)시장주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 크게 뒤지자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12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국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은 30% 이상 급등했다. 1달러당 65페소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아르헨티나 증시 메르발 지수도 장 초반 10% 이상 급락했다.
전날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운 중도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47.7%를 득표해 마크리 대통령(32.1%)을 15%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오차범위 내 박빙 내지 최대 8%포인트 격차 정도로 나왔던 투표 전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본 게임인 10월 27일 대선까지는 두 달 이상 남았지만 마크리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마크리 대통령의 예상 밖 완패는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약세장 시나리오보다도 훨씬 더 극단적"이라며 "향후 몇 주간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 하락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인 출신의 마크리 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열망 속에 좌파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남편 네스토르 키스치네르 전 대통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12년 좌파 대통령 시대와 결별하고 우파 대통령을 맞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마크리 대통령 집권 이후 3년간 인플레이션이 55%를 넘었고 페소화 가치는 급락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마크리 대통령이 좌파 후보보다는 더 리스크가 적다고 보고 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07∼2015년 집권 당시 환율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여러 정책에서 시장과 충돌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예비선거 결과가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좌파 포퓰리즘의 귀환을 위한 길을 닦은 것"이라고 표현하며 "아르헨티나 주식과 채권, 페소가 당분간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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