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성범죄 억만장자 엡스타인, 프랑스서도 범죄 의혹
양성평등·아동복지 장관들 성명 내고 "프랑스도 수사 착수해야"
佛 시민단체 "피해자·공범들 중 프랑스인 있어" 검찰에 수사의뢰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프랑스에서도 조직적인 성범죄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정부 각료 2명이 자국의 사법당국에 엡스타인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시민단체도 엡스타인의 조직적 성범죄의 피해자와 공범 중에 프랑스인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의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담당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에서의 수사는 (엡스타인과) 프랑스와의 관계를 드러냈다"면서 "피해자들을 위해 프랑스에서도 모든 진실이 규명되도록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엡스타인의 죽음으로 피해자들의 법정에서의 정당한 권리가 박탈돼서는 안 된다"면서 "성범죄자들과 조직적 성범죄에 맞서 젊은 여성들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결의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 프랑스 보건부의 아드리앙 타케 아동복지 담당 장관과 시아파 장관의 공동명의로 작성됐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미국에서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등 다수의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를 받고 수감 중에 지난 10일 아침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성명을 낸 두 프랑스 장관들은 자국에 엡스타인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의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엡스타인과 프랑스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파리 개선문 인근 부촌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달 뉴욕에서 체포되기 직전까지도 파리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엡스타인 수사의 핵심 증인으로 알려진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의 증언에도 엡스타인의 프랑스에서의 성범죄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주프레는 2016년 엡스타인 측 인사인 기슬레인 맥스웰과의 명예훼손 소송 관련 법정 다툼에서 엡스타인 측이 패션모델 에이전시 대표인 장뤼크 B라는 인물에게 자신과의 성매매를 주선했다고 말했다. 주프레는 당시 미성년자였다.
장뤼크 B라는 인물은 프랑스인으로 파리에도 모델 에이전시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한 시민단체는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를 프랑스 검찰에 의뢰했다.
프랑스의 아동성학대예방 시민단체인 '이노상스 앙 당제'는 '신뢰할 만한 소식통'을 인용, "엡스타인이 만든 성매매 네트워크의 희생자들과 공범들의 일부가 프랑스 국적자"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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