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中애국주의, 美브랜드에 '불똥'…불매 직면(종합)
베르사체 이어 코치·CK까지…홍콩·대만, '국가' 표기 물의
中인민일보 "어리석은 실수…중국서 사업하려면 중국법 따라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인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이번 논란은 반중 성향의 홍콩 시위가 지속하는 민감한 시기에 나와 앞으로도 미국 등 서구 유명 브랜드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중 공격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코치(COACH)는 자사 제품과 웹사이트 등에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사실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치 브랜드 홍보대사인 중국인 유명 모델 류원도 "코치의 이런 행동은 중국인의 국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엄중히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관련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코치의 티셔츠로 '시카고, 미국' 등 유명 도시들이 소속 국가 이름과 함께 새겨져 있는데 대만은 '타이베이, 대만', 홍콩은 '홍콩'이라고만 돼 있고 중국이라는 국가명은 기재되지 않았다.
코치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홍콩과 대만은 개별 독립국으로 표시돼있었는데 중국인들의 반발이 쇄도하자 해당 홈페이지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처럼 문제가 커지자 코치는 문제가 된 티셔츠 회수하고 홈페이지 수정에 들어가면서 사과했다.
코치 측은 "티셔츠 디자인에 큰 실수가 있어 관련 조치를 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면서 "이러한 잘못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캘빈 클라인(CK)도 공식 홈페이지에 홍콩을 국가로 표기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캘빈 클라인 측은 "미국 사이트에서 국가 구분에 실수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중국 영토에 맞게 수정하도록 하겠다"면서 "캘빈 클라인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명품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가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티셔츠 때문에 중국에서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베르사체는 코치처럼 티셔츠에 홍콩을 중국의 한 도시가 아니라 별도의 나라로 묘사했다. 마카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내 첫 베르사체 브랜드 홍보대사가 됐던 중국 배우 양미는 베르사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등 중국 배우들도 대거 동참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운동화 및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식스도 글로벌 홈페이지에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한편, 돌체앤가바나는 지난해 중국인 모델이 스파게티와 피자를 젓가락으로 힘들게 먹는 광고로 중국을 모욕했다는 비난에 휩싸여 보이콧을 당했다.
지난 4월에는 라이카 카메라가 1989년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탱크에 맞선 '톈안먼 탱크맨'을 묘사한 홍보영상으로 비판받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베르사체에 이어 코치도 티셔츠에서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다면서 이는 어리석은 실수로 중국인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중국 시장에서 장래를 어둡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고 사과만 하는 게 만사가 아니다"라면서 "정말로 선의와 존경심이 있다면 중국인들의 정서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 법에 따라야 한다면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다국적 기업은 규탄할 뿐만 아니라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의 폭력성과 외세 개입을 강조하면서 중국인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브랜드에 대한 불매 및 공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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