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집권 피로감에 최근 자연재해, 야권 저항시위 등이 영향"
푸틴은 소련식 오토바이 타고 애국주의 바이크족 단체 행사 참석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이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폼'(FOM)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가까운 일요일에 대선이 실시되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란 질문에 43%의 응답자가 푸틴을 꼽았다.
이는 지난 2001년 조사 때 같은 질문에 42%가 푸틴을 지목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BBC 방송은 전했다.
'푸틴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도 지난달 64%에서 이번 조사에선 60%로 떨어졌다. 27%는 '푸틴 대통령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FOM 분석가 고리고리 케르트만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하락의 이유로 최근 발생한 시베리아 지역의 산불 같은 자연재해, 모스크바의 반정부 시위 등을 들었다.
최근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에선 남한 면적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 헥타르(ha) 이상의 거대한 타이가 숲이 불타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나 관계 당국이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州)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주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당했지만 역시 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도 모스크바에선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것에 반발하는 대규모 저항 시위가 지난달 말부터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첫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2천명이 참여했고, 4주째 시위인 이달 10일 시위에는 경찰 추산 2만명이 동참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 참가자 수가 6만명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의 정치학자 콘스탄틴 칼라체프는 푸틴 지지도 하락 이유에 대해 "저항 시위는 촉발제이며 근본적 원인은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지난해 대선 이후 대통령에 대해 걸었던 기대가 이행되지 않는 점"이라면서 국민이 20년이란 아주 긴 기간에 걸친 푸틴 통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 정권은 그것을 추동할 능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푸틴의 인기를 떠받쳐 왔던 강경 대외정책 노선도 더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구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푸틴의 지지도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10일 러시아의 바이크족 클럽 '밤의 늑대들'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개최한 국제 바이크족 쇼에 소련식 오토바이 모델 '우랄'을 타고 참석했다.
푸틴은 사이드 카가 달린 오토바이에 크림 정부 수장 세르게이 악쇼노프와 세바스토폴 시장 대리 미하일 라즈보좌예프를 태우고 행사장에 나타난 뒤 무대에 올라 10주년을 맞은 바이코족의 행사를 축하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열린 바이크족 행사에 푸틴이 직접 참석한 것은 러시아 국민의 애국주의 정서를 장려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 모스크바에서 창립돼 수천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밤의 늑대들'은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숭배하고 러시아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등 극우적 성향을 보여왔다.
이 단체 회원들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가 하면 일부 회원들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싸우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 진영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동호회 회원들을 '친구'라고 부르며 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