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새 정부, '장관 업무 감독위' 신설…자율성 침해 논란
사실상 총리 통치 보좌 기구…야당 "총리 권력 강화 의도" 비판
'대학 내 공권력 진입 법안'도 표결 예정…반대 집회 등 갈등 불가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난달 초 출범한 그리스 새 정부가 장관 업무를 감독하는 조직 설립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 dpa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이날 표결을 통해 장관 업무 감독 위원회 설립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당을 이끄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제안한 것이다.
위원회는 각 부처 장관들이 애초 수립된 일정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이를 총리에게 직보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총리의 통치 보좌 기구다.
이는 미초타키스 총리가 비대한 정부 규모를 축소해 관료주의를 제거하고 보다 책임감 있고 효율적인 행정부를 꾸리겠다는 총선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총리의 권력과 통치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위원회가 장관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그리스 의회는 지난달 총선 결과에 따라 여당인 신민주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감독 위원회 설립안도 야당이 극구 반대해왔지만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여당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리스 의회는 오는 8일 공권력의 대학 캠퍼스 진입을 손쉽게 하는 법안도 표결에 부칠 예정이어서 또 한 번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 법안은 범죄자 추적이나 폭동 진압 등을 위해 경찰이 대학 캠퍼스 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리스는 대학 내 표현·연구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공권력이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야 할 경우 대학 당국 및 학생 기구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률로 제정돼 지난 100여년 간 유지돼왔다.
그리스 정부는 이를 악용한 마약 밀매자 등 범죄자들이 대학 캠퍼스에 숨어들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는 새 정부가 과거의 '공안 통치'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당장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항의 시위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사회적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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