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명문 다트머스 대학이 일부 교수들이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을 화의로 마무리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학교측은 일부 교수들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등을 당했다는 9명의 여성에게 1천440만 달러(175억원)를 지급하되, 법적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는 조건으로 송사를 매듭짓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다트머스 대학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화의안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한 피해 배상금은 당초 원고측이 요구한 7천만 달러에는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필립 J. 핸런 다트머스 대학 총장은 피해자들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데 대해 사의를 표시했다. 그는 "이번 소송에서 우리는 이런 행위를 당장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화의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은 법원측에 오는 20일까지 이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뇌과학 대학원에 소속한 교수 3명이 오래전부터 성적 욕망과 성적 매력 등을 연구한다는 구실로 학생들에게 인간행동 실험실에서 술과 섹스가 난무하는 파티를 벌이도록 강요했다는 것이 소송의 쟁점이었다.
이들 교수는 모두 남성이며 학위와 취업 등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기로 대학원생들의 입을 막았다는 것이 원고측의 주장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런 환경은 2002년부터 자리를 잡았지만 학교 당국은 방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원고측은 당초 7명이었지만 2명이 뒤늦게 가담해 9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피해를 보았다는 대학원생 전체를 대표하고 있으며 문제의 교수 3명이 아닌, 대학당국을 제소했다.
해당 교수들은 정년 퇴직했거나 대학측이 종신 재직권을 취소하자 사직한 상태다. 이들 교수는 이번 화의안으로 인해 아무런 금전적 타격을 입지는 않지만 향후 형사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추궁 당할 소지는 남아있다.
대학측과 피해자들은 공동성명에서 더 나은 캠퍼스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측은 단일 교수가 아닌, 복수의 교수들로 이뤄진 위원회가 논문 심사를 맡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 몇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저스틴 앤더슨 대학 대변인은 이런 대책을 통해 앞으로는 대학원생들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도교수의 권력 불균형에 종속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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