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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이란…'환율저평가' 시정 요구받고 각종 제재 타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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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이란…'환율저평가' 시정 요구받고 각종 제재 타깃(종합)
25년만에 中 다시 지정…반기 환율보고서 발표시점 아닐때 전격발표
기업 투자 제한·IMF 감시 요청 등 가능…한국·대만도 과거 겪어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여온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미국은 그동안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외환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 활용해왔다. 이번 지정은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재무장관이 다른 나라의 환율정책을 분석하도록 요구한다"며 조치의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재무부는 각국이 국제수지 조정을 방지하거나 국제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한 이 법 3004조에 따라 재무장관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재무부는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에 따라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경제·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2차례 의회에 제출한다.
환율조작국이란 종합무역법에 규정된 개념으로, 이 법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및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기준이 자의적이고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은 2015년 교역촉진법을 만들어 새로 '심층분석대상국'과 '관찰대상국'의 기준을 설정, 상세한 요건을 제시하며 교역국을 견제·압박해왔다.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은 교역촉진법의 심층분석대상국과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 대해 교역촉진법을 통한 사실상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여의치 않자 지정 근거가 되는 법을 과거의 무기였던 종합무역법으로 바꿔 꺼내든 셈이다.
앞서 미국은 1992년 5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1990년 이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중환율에 따른 외환시장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은 당시 인민은행이 고시한 공정환율과 기업 간 외환거래를 통한 조절환율로 이원화된 환율 제도를 운영했다.
1990년대 들어 두 환율 간 격차가 커지며 수출시 조절환율, 원자재 수입시 공정환율을 적용하는 등 이중환율제가 편법 보조금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은 중국과 1992년 환율제도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그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과 합동 위원회를 만드는 등 제도 개선 노력을 가시화했으며 미국은 1994년 12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지정과 관련,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로 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25년만의 재지정인 것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의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한국도 1988년 10월부터 1990년 3월까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국이 1998년 서울올림픽 이후 불투명한 외환 거래를 했다는 이유였다.
한국은 1990년 2월 환율 제도를 기존의 '복수 통화 바스켓 제도'에서 '시장 평균 환율 제도'로 변경하는 등 개선 노력을 기울여 17개월만에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났다.
대만도 1988년 10월부터 1989년 9월까지, 1992년 5월부터 1993년 4월까지 지정된 사례가 있다.
과거 전례를 보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며 당국은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펴게 된다.

종합무역법은 환율조작국 요건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지 않았지만, 교역촉진법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이는 ▲ 지난 1년간 200억 달러 이상의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이다.
3가지 요건 중 2개를 충족하거나, 대미 무역 흑자 규모와 비중이 과다한 국가의 경우 여타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교역촉진법에 의해 심층분석대상국 즉 사실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금융 지원 제외,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IMF 및 대미 무역협정을 통한 압박 등을 받게 된다.
그간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온 미국은 앞서 5월 발표한 상반기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에서도 관찰대상국 지정을 유지했다.
당시 미국은 종합무역법에 따른 환율조작국이나 교역촉진법에 따른 심층분석대상국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반기별 환율보고서 발표 시기와 관계없이 종합무역법을 토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강력한 압박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이는 향후 위안화의 통화가치 절하를 진정시키고 절상으로 반전시키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뿐만 아니라 양국 간 무역·통상 분야에서 추가 대응 조치를 불러올 수 있어 간접적인 영향이나 파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즉각적인 처벌은 없지만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또 "재무부는 통상 의회에 연 2회 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이날 조치는 이 절차에서 벗어난다"고 전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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