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 수사에 협조적…인종주의 옹호 선언문 작성한 것 맞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해 46명의 사상자를 낳은 총격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가중 일급살인'(capital murder) 혐의로 기소됐다고 AF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가 가능한 '가중 일급살인'은 임무를 수행 중인 경찰관이나 소방관을 살해한다거나 유아 살해, 납치 살해 등 일반적인 살인죄에 더해 가중 처벌이 가능한 범행을 저질렀을 때 적용된다.
이번 사건은 사상자 규모를 볼 때 크루시어스에 대해 처음부터 법정 최고형 구형이 예견됐다.
앞서 텍사스주 검찰은 크루시어스를 '증오범죄'(hate crime)로 기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오범죄로 기소되면 사형 구형이 가능하다. 검찰 내 다른 관계자들도 사형 구형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 적용할 혐의를 검토 중일 뿐, 극형 구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미 에스프라자 주 검사는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다.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로 지역사회가 흔들리고 충격받고 슬퍼하고 있다"며 "사형 판결을 받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서부지방검찰의 존 배시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을 '국내 테러'(domestic terrorism)로 규정하고 "테러리스트에게 하는 대로 (크루시어스에게도) 신속하고 확실한 판결이 내려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은 "민간인을 위협하려고 계획됐다"고 단언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소프트 타깃'(soft target) 범죄라는 의미다.
최근 들어 감시 수위가 높은 정부 건물 대신 이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 타깃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국토안보부는 올 초 '단순 전략과 손쉽게 접근 가능한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취약한 장소'로 쇼핑몰 등을 지목하고 이런 장소를 위한 보안 가이드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구치소에 있는 크루시어스는 수사에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그 앨런 엘패소 경찰서장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으나 크루시어스가 범죄 사실에 대해 "기본적으로 숨기지는 않는다"면서 "자세한 사항을 물으면 그에 대해 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지만, 크루시어스는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 수사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총기 난사범을 직접 심문할 드문 기회기도 하다.
현재까지 크루시어스의 변호인이 선임되지는 않았으며 국선변호인 선임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또 엘패소 총격 직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인종주의 옹호 선언문의 작성자는 크루시어스가 맞다고 경찰이 공식 확인했다.
경찰에 첫 총격 신고가 들어오기 20여분 전 익명으로 올라온 이 게시물은 크루시어스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선언문에는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를 지지하는 내용도 담겨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테러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일주일 새 4번의 총기사고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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