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파기한 핵합의 조건부 환원' 마크롱에 서한
대 유럽무역 '일정 수준 도달시 한도 초과 우라늄 등 환원'
'트럼프 재선 실패 가능성' 자체 분석 토대 '버틸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유럽과의 무역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핵합의 상한을 초과한 우라늄 비축량을 원래대로 환원하겠다는 서한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9일 이란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유럽과의 타협을 겨냥한 것으로 28일 빈에서 열린 핵합의 이행상황 점검 합동위원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서한은 지난 23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 차관을 통해 전달됐다. 프랑스는 미국이 작년에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과의 핵합의의 당사국으로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독일과 함께 이란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거래지원기관(INSTEX)'도 설립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 측은 서한에서 INSTEX를 통해 영국, 독일, 프랑스와 이란의 무역액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핵합의 '제한'을 초과한 상태인 우라늄 농축도와 저농축 우라늄 비축량의 일부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5월 이후 이란제재를 단행한 미국에 대한 대항조치로 핵합의에서 3.67% 이하로 제한한 우라늄 농축도를 4.5%로 높이는 등 핵합의의 '제한 깨기'에나섰다. 이란 경제의 명운이 걸린 원유거래 등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60일 이내에 추가로 제한을 깨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유럽이 이란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자체 분석을 토대로 "경제지원이 조금이라도 구체화되면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28일 빈에서 열린 이란 핵합의 이행상황 점검 합동위원회에서 같은 내용을 관계국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핵합의를 어길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보여줘 유럽으로부터 타협안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풀이했다.
28일 합동위원회가 끝난 후 취재에 응한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회의 석상에서 유조선 나포를 놓고 이란과 영국이 서로 '위법'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란과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참가국 전원이 "외교의 성과물인 핵합의를 지킨다"는데 합의했으며 앞으로도 외교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은 INSTEX를 통한 이란 경제지원 관련 상황을 설명했으나 이란은 INSTEX가 "아직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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