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트럼프 장벽에 국방예산 전용 가능"…하급심 뒤집어
대법관 5대4 판결…국경 장벽 건설에 탄력 받을 듯
트럼프 "법치의 승리" 환영…민주당 "유감" 불만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대법원이 하급심 결정을 뒤집고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방 예산 전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놓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대법관 5대4의 결정으로 "정부는 충분히 설명을 해왔고, (국방예산 전용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예산 배분에 이의를 제기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국방예산 전용에 제동을 걸었던 1·2심 판결을 뒤집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판결이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와! 국경장벽의 큰 승리! 국경 보안과 법치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CNN 방송은 25억 달러(약 2조 9천억원)의 국방부 예산을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싸움에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앞서 국경장벽 예산을 두고 의회와 힘겨루기를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의회 승인 없이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 방식으로 멕시코 국경 지역에 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행정부는 의회 동의 없이 총 66억달러(약 7조8천400억원)의 예산을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수 있다.
이에 미국 내 20개 주(州), 인권 및 환경 단체, 국경의 지역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예산 확보를 막기 위해 소송으로 맞섰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이달 초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국방 예산 전용을 막는 판결을 내놨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전용이 가능해졌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법원판결에 반발하고 나섰다.
펠로시 의장은 트위터에 "건국의 아버지들은 군주제가 아닌, 시민에 의해 통치되는 민주주의를 설계했다"며 의회의 승인을 건너뛰고 예산 전용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권 남용을 지적했다.
슈머 원내대표 역시 "매우 유감스럽고, 터무니없다"며 이번 판결이 "의회의 의지와 고유한 예산 결정 권한에 역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사업을 공약 1호로 내세웠다.
그러나 의회의 거센 반발로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에 달했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초래됐다.
의회에서는 국경장벽 예산을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약 6조 7천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3억7천500만 달러(약 1조 6천억원)에 합의하면서 셧다운은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마약과 범죄자의 침략'을 주장하며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대통령 권한으로 마약 퇴치 예산 25억 달러를 비롯한 국방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한다는 방침을 밝혀 큰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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