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적이란 말인가"…日학자·변호사, '수출규제 철회' 운동
사회지도층 75명, 인터넷서 8월15일까지 서명운동 진행
"日 조치는 적대적 행위…식민지 지배 역사 가진 日, 韓 신중히 배려해야"
"아베, 한국을 적처럼 다루고 있어…우익 아무리 외쳐도 韓은 중요한 이웃"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문제 해결 아냐…日, 일관되게 개인 보상청구권 부정 안 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岡田充)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명예교수 등 75명은 25일부터 인터넷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를 개설해 수출 규제 철회 촉구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걸고 8월 15일을 1차 기한으로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서명을 제안한 사람 중에는 대학교수와 변호사 외에도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전직 외교관, 의사, 작가 등이 망라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반도체 제조가 한국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적대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이 나라(한국)를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보인다면 (한국의) 어떤 정권도 국민에게서 내팽개쳐질 것(을 알아야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아울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해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과시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만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 한국이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잘못"이라며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그동안 (스스로) 큰 은혜를 받아온 자유무역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일본의 경제에도 커다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보통 올림픽의 주최국은 주변국과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본은 주최국 자신이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성명은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관계의 기초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아베 정권이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해결이 끝났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개인에 의한 보상청구권을 부정하지 않아 왔다"며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후) 반세기 간 사할린의 잔류 한국인 귀국 지원, 피폭 한국인 지원 등 식민지 지배로 인한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갈음할 조치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과 일본이 중재위원회 설치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지만,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설치 논의는 2011년 8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정 때 처음 나왔다"며 "당시에는 일본 측이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일본에서 BTS의 인기는 압도적이며, (연간) 300만명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하고, 700만명이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며 "인터넷 우익 등이 아무리 외쳐도 일본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로, 서로 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양국 국민을 대립시키려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한 대화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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