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인데 징역형"…인도네시아 여성 사면 승인
조코위 대통령 사면 요청, 만장일치로 의회서 승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성희롱하는 직장 상사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여성이 사면받게 됐다.
25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바이크 누릴을 사면해달라고 한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바이크 누릴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문제를 대표하는 사례로 조명받았다.
2012년 인도네시아 롬복섬의 고등학교에서 시간제 행정직원으로 일하던 바이크 누릴은 교장이 음담패설을 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자 통화내용을 녹음해 남편과 교사들에게 들려줬다.
이후 녹음 내용이 널리 퍼지자 교장은 누릴을 고소했고, 검찰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는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6월의 실형과 벌금 5억 루피아(4천170만원)가 선고됐다.
누릴은 자신이 녹음 내용을 퍼트린 것이 아니고,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교사가 녹음 파일을 다운받았다고 주장했디.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5일 상고를 기각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앞서 사면 가능성을 언급했고, 실제로 판결이 확정되자 의회에 사면을 요청했다.
누릴은 이날 사면 승인 결정이 난 뒤 "다른 어떤 사람도 나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너무 많이 아팠다. 더는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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