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쑨양 없어도 여전한 논란…'FINA는 선수 제재, 선수들은 반발'
FINA "시상식에서 부적절한 행동 하면 징계"…피티 "선수 목소리 왜 막는가"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시계는 쑨양(28·중국)을 따라 돈다.
도핑 의혹을 받는 쑨양을 향해 많은 선수가 적의를 드러내고, 국제수영연맹(FINA)은 사태 수습에 분주하다. 이런 FINA의 모습에 선수들을 또 실망감을 나타낸다.
FINA는 23일 각국 수영연맹에 공문을 보내 "메달 세리머니, 기자회견 등에서 다른 선수 등을 겨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선수 행동규범(code of conduct) 조항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어떤 정치적, 종교적, 차별적인 행동도 금지된다"고 적시했지만, 시점을 보면 시상식에서 쑨양에게 한 행동이 규정 추가의 이유라는 걸 알 수 있다.
한 차례 도핑 전력이 있는 쑨양은 지난해 9월 소변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한 국제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의 활동을 방해해 논란을 불렀다.
FINA는 쑨양에게 실효성이 없는 '경고'의 경징계를 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지만 재판이 열리기 전이어서 쑨양은 광주대회에 출전했다.
쑨양은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우승하며 환호했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동료들이 쑨양을 외면했다.
400m에서는 2위 맥 호턴(호주)이, 200m에서는 덩컨 스콧(영국)이 쑨양과 기념촬영을 거부했다.
애덤 피티(영국), 릴리 킹(미국) 등 수영 스타들은 호턴과 스콧을 지지했다.
이에 FINA는 선수 행동규범 조항을 추가해 대응했다.
그러나 FINA의 결정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피티는 2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앞 특설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쑨양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한 호턴과 스콧을 지지한다. 그들은 금지약물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라며 "지금 수영장은 반도핑에 대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이 분위기를 도약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FINA가 경계하는 '시상대 위 선수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피티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선수들의 권리다. 시상대에 오르고 싶지 않다면, 시상대에 오르지 않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며 "FINA가 선수들의 발언이나 행동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건, 정말 의미 없는 행동이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노조를 만드는 등의 행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FINA 선수위원회 위원장 퍼넬러피 헤인스는 피티의 기자회견장을 찾아 "선수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상대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앞으로는 우리와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
중국수영협회는 쑨양을 감쌌다.
25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저우지훙 중국수영협회장이 최근 상황에 대해 "누구도 루머로 다른 사람을 판단할 권리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저우지훙 회장은 "추측과 전언에 기반해 한 엘리트 선수의 결백함을 공개적으로 더럽히는 건 믿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편견과 비이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반(反) 쑨양' 움직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쑨양의 전담 코치인 데니스 코터럴은 "쑨양은 혐의를 벗었다. 내가 속임수를 쓰는 사람과 일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모욕적이다"고 일갈했다.
생각을 바꿔 계영에 출전하지 않는 한 쑨양이 출발대나 시상대에 설 일은 없다. 그러나 쑨양이 남긴 그림자는 여전히 이번 대회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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