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걸어도 젖지 않는 '레인 룸' 한국 첫 전시
부산현대미술관…'기술진보와 인간의 미래는' 주제 기획전 마련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현대미술관이 기술진보와 인간의 미래를 짚어보는 두 기획전을 마련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다음 달 15일부터 과학기술이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완벽한 기술'과 관객참여형 뉴미디어 전시인 '랜덤 인터내셔널'을 전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완벽한 기술'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4차 산업혁명까지 이어지는 혁신적인 기술변화의 원리가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대량 생산체제를 가능하게 한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에서부터 구글 어스, 스마트 모니터링 도시, 자율주행자동차, 원격 보안시스템, 기계학습,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기술변화를 보는 작가들의 시선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화려하고 놀라운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의 운용 과정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효과를 본다.
작가 이은희(한국), 줄리앙 프레비유(프랑스), 로렌스 렉(영국)은 취미, 봉사, 놀이로 가장한 노동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거나 기계에 예속된 인간 노동의 성격에 주목한다.
차재민(한국)은 첨단 기술 도입 속에서도 여전히 잔존하는 인간 노동과 그 병리학적 현상에 관심을 둔다.
박민하(한국)와 할릴 알틴데레(터키)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킬 기술적 진보와 그 기만적 성격을 주요 쟁점으로 다룬다.
출품작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광고, 게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한 영상작품과 사진으로 구성한다.
로렌스 렉의 '플레이 스테이션+2065'에서는 가상현실(VR) 체험도 가능하다.
해외특별전시 작품 '레인 룸'에 들어서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관객들은 비에 젖지 않고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환경 속에서도 비로부터 보호받는 생경한 경험을 한다.
전시는 기술이 인간의 일상에 파고들어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환경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레인 룸'은 런던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2013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선보였을 당시 관객들이 몇 시간을 기다리며 관람하기도 했다.
LA카운티뮤지엄과 중국 유즈미술관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까다로운 설치와 조건 때문에 전시가 쉽지 않은 '레인 룸' 작품은 이번이 한국에서는 첫 전시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기술적 진보에 따른 물리적 현실 앞에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이 환경을 얼마만큼 통제하고 있는지, 환경에 의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것을 통제당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레인 룸' 관람은 입장 관객의 숫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을 고려해 미술관을 찾는 것이 좋다.
'완벽한 기술' 전시는 11월 24일까지, '랜덤 인터내셔널'은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금·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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