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긴장 높이는 군사행동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실무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25일 오전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쏘아 올렸는데 신형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 비행거리는 430㎞ 정도로 지난 5월 9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유사하다고 한다. 북미 실무협상이 미국 측이 예고한 시기를 넘겨 지연되는 시점에서 발사가 이뤄져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더욱이 이번 발사는 북한이 8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연습을 비난하며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잠수함을 시찰한 데 이어 나온 군사력 시위다. 한일갈등 격화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등 동북아 정세가 민감한 시기라서 복합적인 의도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북한이 주요 대화에 앞서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은 것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정상 간 합의에 따른 협상 진전 국면에서 미사일 발사까지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돌발적인 군사행동은 어렵게 살려 나가고 있는 비핵화 협상을 지체시키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것 말고도 북한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의 쌀 5만t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한미 군사연습을 문제 삼으며 세계식량계획(WFP)에 수령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은 다음 달 2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에 리용호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ARF에 거의 빠짐 없이 외무상을 파견한 전례에 비춰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라고 한다. 이 바람에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동도 무산됐다. 이 역시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제스처들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 군사연습을 집중적으로 비난함으로써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를 북미 실무협상의 주요 의제로 부각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핵 폐기와 상응 조치라는 북미 협상의 기본 틀에서 미국에 의한 체제 보장은 북한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기선 잡기 등 협상력 제고 수순이 지나쳐 판 자체를 뒤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미는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접촉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 측이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준비되는 대로 실무협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 표명을 했고 최근 북한과 매우 긍정적인 서신 왕래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실무협상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렇다고 분위기가 험악해 보이진 않는다. 북한도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대신 미국이 도발로 간주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로 제한하며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지난 5월 발사에 대해 '단거리'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 등도 진전된 제안을 갖고 협상장에 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협상 동력을 더욱 살려 나가야 할 시점에 분위기에 역행하는 군사적 위협 행위는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군사력 시위 현장 대신 협상 테이블로 조속히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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