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때려부수겠다" 日 N국당 대표 이색 행보 '눈길'
NHK 직원 출신 대표, 선거 내내 'NHK를 깨부수겠다'만 외쳐
공천심사는 전화로, 자격은 '유튜브 이용 숙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 비례구에서 1석을 얻어 원내 진출에 성공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하 N국당)과 이 당 대표의 튀는 행보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N국당 후보들은 선거과정에서 국정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NHK를 때려 부수겠다"는 구호만 외쳤다. 이 작전으로 선거구에서 3.02%의 표를 얻어 정당교부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선거 다음날인 22일 새벽 4시10분, NHK가 N국당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속보를 전하자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51) 대표는 주먹을 치켜올리며 "이겼다"고 외쳤다. "창당 6년만에 목표대로 국회의원이 됐다"며 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과 참의원 선거 후보자 30여명과 기쁨을 나눴다.
다치바나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수신료를 낸 사람만 NHK를 시청할 수 있도록 암호화하는 스크램블 방송을 주장했다. 정견발표 때도 "NHK를 때려 부수겠다"는 구호를 연호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내보내 300만번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자민당이 공식채널로 올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선거광고 영상 조회수 240만번 보다 많았다.
소비세 인상이나 사회보장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정책사안별로 당원의 다수결로 찬성, 반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선이 확정된 22일 올린 동영상에서는 "자민당이 NHK의 스크램블방송에 찬성하면 헌법개정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당요건을 갖춤으로써 N국당은 5천900여만 엔의 정당교부금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다치바나 대표는 당선회견에서 일찌감치 "제가 앞으로 중의원 의원에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직'은 그의 장기다. NHK 직원 출신인 그는 2015년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 시의원에 처음 당선했다. 1년여만에 시의원을 그만 두고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2017년에는 도쿄도(東京都) 가쓰시카(葛飾)구 구의원이 됐지만 역시 1년반만에 그만두고 오사카(大阪) 사카이(堺) 시장선거에 나갔다 떨어지자 곧 올해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 사이에 당세를 불려 올해 지방선거에서 도쿄도와 지바현 등에서 26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그는 "지방선거(출마)는 국회에 진출하기 위한 자금을 벌기 위해서"라고 주저없이 공언한다. 인터넷 위주로 선거운동을 해도 싸울 수 있는 참의원 비례구를 목표로 설정했다. 비례구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0명 이상의 후보를 내고 최저 3천만 엔(약 약3억2천만 원)의 공탁금이 있어야 한다. 지방의원이 늘면 의원들에게서 그들이 받는 월급을 빌릴 수 있다는게 그의 계산이다.
참의원 선거구에 37명의 후보자를 공천한 것도 "(당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매명 목적"이며 "(그들을) 당선시킬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공천과정에서 후보의 신조나 경력 등을 시시콜콜 묻지도 않는다. 참의원 선거의 후보자 선정은 주로 전화로 끝냈다. 기준은 유튜브를 쓸 줄 아는지 여부다.한 후보는 자신이 어디서 출마하는지 "동영상을 통해 알았다. 대표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간사이(關西)지방에서 출마한 남성 후보는 포스터와 명함도 만들지 않았다. "선거기간 집에서 잤다"고 한다.
이렇게 "오는 사람 막지 않는" 게 당의 방침이다 보니 N국당 공천으로 당선한 지방의원 중에는 물의를 빚는 언동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효고(兵庫)현의 한 여성 시의원은 2010년 도쿠시마(德島)현 교직원노동조합 사무소에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회원들과 함께 침입해 "매국노" 라고 외치다 업무방해혐의로 입건돼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지방선거 때는 "아이누 민족 따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비판받은 전 삿포로(札晃)시의원이 도쿄도내 구의회 의원으로 당선했다. 또 다른 남성 구의원은 당선 후 한국과 거래하는 일본기업을 "매국기업"이라고 매도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당에서 이미 제명당했지만 아직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치바나 대표는 당선후 회견에서 술에 취해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전쟁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느냐"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마루야마 호다카(丸山?高) 중의원 의원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세 확장을 위해서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는 전국 11개 비례대표구에 후보를 공천할 방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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