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평소 도박에 빠져 수차례 가정 폭력을 저질러 온 남편을 살해한 모녀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임해지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76)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딸 B(44)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 모녀는 지난해 11월 8일 오전 9시께 경기도 자택에서 남편 C씨에게 수면제가 든 미역국을 먹여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결혼 초기부터 도박에 빠진 남편이 자금을 달라는 이유로 자신을 수차례 폭행하고 가출하는 등 가정을 소홀히 해 불만이 쌓인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에도 남편이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도박 자금을 빌려 달라고 한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처방받아 먹던 수면제를 범행에 이용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딸 B씨는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미역국에 수면제를 탔으니 드리라"는 A씨의 지시에 따라 국을 차려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남편인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을 범행에 이용해 죄질이 나쁘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만 특별히 뉘우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수십 년간 가정 폭력을 당했고 범죄 전력이 전혀 없는 점과 현재 앓는 치매 증상이 범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딸 B씨는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고 어머니가 범행을 제안하자 평소 아버지에 대한 미움 등이 겹쳐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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