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수 "한국, 재벌·일본 문제서 '치킨 게임' 반복" 주장
후카가와 교수 "日과 갈등보다 세계교역 위축시대 대응이 더 중요"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과 경제 문제에서 '치킨 게임'을 반복하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대표적 한국 전문가인 후카가와 교수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대기업을 공격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질 때는 다시 대기업을 지원하는 주기가 반복됐는데, 일본과 경제 관계에서도 이런 주기가 되풀이됐다"고 꼬집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이 대일 무역적자가 클 때는 수입처를 다각화하려고 하다가 관련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일본 수입을 늘리는 주기가 반복됐다"며 "경제학자로서 왜 무역적자를 강하게 비판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한국에는 일본과 양자 무역 갈등보다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시대에 맞서기 위한 다자간 갈등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세계 총생산(GDP) 성장을 국가 간 교역 성장이 이끌었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교역 증가가 GDP에 기여하지 않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났기에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미중 무역 분쟁도 상당 기간 계속되고 세계무역기구(WTO)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WTO가 와해하면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일본과 분쟁하기보다는 WTO를 지지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나 WTO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현상황에 한국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며, 이 부분에서 일본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쓰나미, 지진 등 재난에 노출돼 있어 늘 과거를 잊고 미래에 대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다"며 "경제 통합, 고령화 소득 창출 등 한국과 일본이 공통된 문제에서 서로 이해도를 높이면 다른 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어 "일본 정책결정자들이 '신뢰를 잃었다'고 보면 완전 관계가 끊어진다는 의미"라며 "한국이 미국 등에 '일본이 보복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대신 일본과 직접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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