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브로커 먹잇감 된 신혼부부·다자녀 특별공급제
"임신도 자녀로 간주" 악용해 '가짜 태아 팔이'로 부정당첨
경기도, 부정 청약 171명·불법 전매·중개 9명 적발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신혼부부·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제도를 악용한 부동한 불법 청약자들이 또다시 무더기로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수사를 통해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 전매·중개한 9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를 청약한 171명을 수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부정 청약 수사대상자 171명 가운데 169명은 임신진단서 위조, 대리산모 허위 진단, 임신진단서 제출 후 낙태 등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 청약서류를 제출해 당첨됐으며 3명은 주민등록을 위장 전입하거나 위장결혼을 통해 부정 당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이 중에는 낙태가 의심되거나 출산일 미도래 등으로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147명이나 돼 앞으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수사 결과,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특별공급분이다.
부동산 브로커 A 씨는 채팅앱을 통해 신혼부부에게 1천200만원, 임산부에게 100만원을 주면서 청약통장을 매수했다.
이후 신혼부부 아내의 신분증으로 허위 임신진단서를 발급받아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자 이를 팔아 프리미엄 1억5천만원을 챙겼다.
또 다른 브로커 B 씨는 청약자에게 500만원을 주고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허위 임신진단서를 작성한 다음 아파트에 당첨돼 프리미엄으로 1억5천만원을 남겼다.
현행 주택공급 규칙에 따르면 특별공급 요건인 자녀 수를 산정할 때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임신 중'인 경우까지 자녀를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사실상 출산장려 정책의 하나로, 신혼부부 및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 당첨자 선정 때 미성년자 자녀 수에 따라 차등으로 가점을 주고 자녀 수에 태아도 포함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는 지자체와 공급주체에 맡겨진 특별공급 선발 과정에서 제출서류의 진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임신진단서 위조 사례 외에도 임신진단서 제출 조건이 청약시장에서는 위장 결혼으로 당첨된 후 이혼, 임신 중 당첨된 후 낙태, 대리산모를 통한 임신 진단 등 다양한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C 씨는 2017년 5월 D 씨와 거짓으로 혼인신고를 한 뒤 그해 8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대상으로 청약해 당첨되자 바로 그다음 달 협의이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신혼부부·다자녀 특별공급 시 임신진단서를 제출한 당첨자 256명을 대상으로 실제 출산 여부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런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5개 단지의 다자녀·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점검에서 임신진단서를 내고 당첨된 83건 가운데 10%인 8건이 거짓 서류를 이용한 부정 청약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17∼2018년 분양된 전국 282개 단지 다자녀·신혼부부 특별공급 과정에서 임신진단서, 입양서류를 제출해 당첨된 3천여건을 지난달부터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도는 이번 신혼부부·다자녀 특별공급분 수사에 이어 장애인·국민기초생활수급자 특별공급 청약자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정 허가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이번 기획수사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떴다방, 무자격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부동산 분야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특사경 수사팀을 신설한 이후 첫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부동산 위법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일이 없도록 엄중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