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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이름 가진 美 입양한인 "어떤 끈이라도 붙잡고 싶어요"
정체성 고민 입양인 다룬 연극 써 무대 올린 젠이 씨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윤선영, 제니 엘리자베스 맥칼럼, 제니 엘리자베스 람멜스버그, 젠이 람멜스버그. 저는 4개의 이름을 가진 미국 입양 한인입니다."
1972년 1월 24일생인 그가 "어떤 끈이라도 붙잡을 수 있게 해달라"며 호소했다. 친부모와 가족, 잠시 맡았던 보호자, 위탁 가정 부모 등 누구라도 찾겠다면서 모국 발걸음이 잦은 그는 이달 말에도 방한해 인연이 닿는 길을 뚫어볼 계획이다.
윤 씨의 뿌리 찾기를 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입양원)이 23일 연합뉴스에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세 살 때인 1974년 1월 26일 오후 11시 35분경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산8번지 이경돈(당시 나이 40. 부인 이준심 씨) 씨 농장에서 발견됐다. 친부모가 이 씨 집에 그를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어났을 때 사타구니에 뚜렷한 반점이 있었고, 입양 당시 왼쪽 머리(두정엽)에 심한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이 씨 부부는 아이를 하룻밤 보호하다가 다음 날 박달동에 있는 누군가에게 맡겼고, 그 사람은 다시 중앙경찰서로 아이를 넘겼다. 이어 안양시 부녀회 관할 보육원에서 한 달가량 보살핀 뒤, 1974년 2월 21일 부녀회는 그를 서울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 의뢰했다.
윤 씨는 위탁모 윤정순 씨와 6개월여간 지내다가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 있는 컬티스 유진 맥칼럼 씨 가정에 입양됐다. 이때 얻은 이름이 '제니 엘리자베스 맥칼럼'이다.
아이오와주립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 연극과 행군 악대 등에서 활동하며 적응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1년 만에 대학을 그만뒀다. 그사이 만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뱄지만 남자는 임신 중에 그를 떠났고, 19살의 나이에 미혼모가 됐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했던 그는 그때서야 같은 처지였을 친엄마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제니 씨는 어른이 되는 법과 아이를 키우는 법을 동시에 배우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그는 로버트 엘리스 람멜스버그 씨를 만나 1993년 재혼했고, 낳은 자식도 입양했다. 3번째 이름인 '제니 엘리자베스 람멜스버그'를 얻었다.
그의 뿌리 찾기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이때 '제니'라는 이름을 한국 이름에 가까워 보이게 하기 위해 'Zhen E'(젠 이)로 바꿨고, 지금 4번째인 '젠이 람멜스버그'다.
더 많은 입양 한인을 만나러 다녔고, 2015년 처음으로 홀트아동복지회가 주최하는 입양인 모임에 참석해 친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젠이 씨는 이듬해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개더링'(Gathering) 행사에 참여하면서 처음 모국 땅을 밟았다. 당시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와 안양시 경찰서, 이 씨 농장, 이 씨와 그 가족 등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2017년에도 다시 모국을 방문해 인연의 끈을 붙잡아보려 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자라며 느꼈던 갈등 등을 담은 '블랙박스'라는 이름의 연극을 썼고, 이를 시카고에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 연극은 곧 아이오와주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젠이 씨는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해요. 위탁되고 입양되기 전 삶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젠이 씨의 위탁가정 혹은 이경돈·이준심 씨 부부와 그 가족, 당시 상황을 알만한 분들은 아동권리보장원(☎ 02-6943-2654∼6)으로 전화하면 된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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