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6개월…버티는 마두로·지지부진 과이도
과이도 '임시 대통령' 선언 후 반년 흘렀지만 정치 혼란 지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한 국가 두 대통령' 사태가 23일(현지시간)로 6개월째를 맞는다.
반년 전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국내외의 지지를 얻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실패한 군사봉기 시도 이후 좀처럼 동력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거센 퇴진 요구에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 혼란이 이어지던 베네수엘라에서 과이도 의장이 반정부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취임한 지 13일 만인 1월 23일 과이도 의장이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며 수만 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혜성같이 등장한 35살 정치 샛별에 반정부 세력은 열광했고 마두로 퇴진 운동도 한층 탄력을 받았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비롯한 50여 개국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군의 변함없는 지지를 등에 업은 마두로 대통령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거세지는 국내외의 퇴진 요구와 미국 등의 제재 압박에도 자리에서 버텼다.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이 정점에 치달은 것은 지난 4월 말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 시도였다.
과이도 의장은 일부 군인들과 거리로 나서 군사 봉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군의 지지가 뒤따르지 않아 이 시도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면서 반정부 운동도 동력을 잃었다.
야권의 강력한 우군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과이도에 흥미를 잃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후 정부와 야권은 노르웨이의 중재로 정치 위기 해소를 위해 여러 차례 대화를 진행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어진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은 심화했고 성난 국민의 엑소더스도 계속됐다.
비록 야권이 단기간에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마두로를 향한 국내외의 압력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지난 6개월간 야권의 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여론조사업체 데이터아날리시스에 따르면 과이도의 지지율은 초반보다 하락했으나 여전히 57%로 높은 반면 마두로 지지율이 10%에 그쳤다.
과이도 측은 "살인과 고문을 일삼는 독재정권을 상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며 1월 이후 큰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군사봉기 시도가 실패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안팎에서는 정부와 야권이 대화를 통해 정국 혼란을 해소하길 기대하고 있다.
비정부기구 크라이시스그룹의 베네수엘라 전문가인 필 건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와 야권이 합의하지 못하면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며 "양측이 모두 조금씩 양보하도록 여론이 압박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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