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연의 경고? 우리가 버린 쓰레기, 한곳에 모은 태풍
부산 해수욕장마다 떠밀려온 '쓰레기 범벅 해초류' 수백t
봉사자는 "바다가 아프다. 해양쓰레기 심각성 공감했으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해양쓰레기 실태에 대해 태풍이 보내는 경고인 것 같습니다."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 송정해수욕장.
송정 해수욕장 관리사무소 관계자와 해양구조대, 서퍼 등 100여명이 백사장을 뒤덮은 해양쓰레기를 치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갈퀴를 이용해 모래만 남기고 해초류와 범벅된 쓰레기를 싹싹 긁어낸 뒤 마대 자루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폐어망과 공사 자재, 나무 목재, 과자봉지, 음료수병, 플라스틱 통, 비닐 등 엄청난 양의 각종 생활 쓰레기가 나왔다.
쓰레기를 담은 마대 자루만 100여개를 훌쩍 넘겼다.
백사장 서편에서는 해초류 더미가 작은 언덕을 이뤘고, 결국 중장비가 동원돼 수거 작업을 진행했다.
송정해수욕장 한 관계자는 "태풍이 소멸한 뒤 21일부터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해조류가 떠밀려 오고 있다"면서 "21일에는 쓰레기가 10t가량 수거했고, 오늘은 쓰레기가 보다 해조류가 많이 떠밀려 왔는데 눈으로 볼 때 70t 정도 된다"고 말했다.
송정해수욕장에는 매년 태풍이 올 때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신성재 송정서핑협회장은 "태풍이 지나가면 쓰레기가 3일 정도는 떠밀려와 백사장이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면서 "피서객 안전을 위해 서핑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투입돼 백사장과 앞바다 부유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한반도에서 태풍이 소멸한 20일부터 다량의 해양쓰레기가 백사장으로 떠밀려 내려왔다.
21일에는 해수욕장 관리사무소에서 8t을 수거했고, 이날도 새벽부터 작업을 진행해 30t을 수거했다.
해수욕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조류에 따라 쓰레기가 쌓이는 방향이 조금씩 다른데 송정은 서편 백사장이 심하고, 해운대는 전 백사장에 골고루 쌓이는 편"이라면서 "평소 보이지 않는 해양쓰레기가 태풍이 올 때마다 이렇게 심각했구나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20일부터 쓰레기로 뒤덮인 광안리 해수욕장도 쓰레기가 계속 떠밀려 오는 탓에 사흘째인 지금까지도 완전히 치워지지 않고 있다.
21일에만 30t을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옆 민락 수변공원 1㎞ 구간도 온갖 생활 쓰레기로 뒤덮여 비둘기와 까마귀들로 가득했다.
수영강변 테트라포드 아래에도 엄청난 양의 페트병 등 쓰레기가 눈에 보였다.
쓰레기를 치우던 한 봉사자는 "바다가 이렇게 아파한다고 느끼게 되는 계기"면서 "해양쓰레기 심각성을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경대 오석진 해양학과 교수는 "강이나 육지 선박 등에서 바다로 유입된 해양쓰레기가 평소에는 넓은 공간에서 부유하고 있다가 태풍으로 파도가 크게 치면서 수렴과 집중화해 백사장으로 옮겨진다"면서 "하지만 이마저도 비중이 가벼운 것 등 일부만 떠내려고 오는 것이라 실제 해양쓰레기 심각성은 다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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