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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이란의 '키사스 식' 대 서방 대응
핵합의·유조선 나포 비례대응…수위 조절하며 정당성·명분 부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경제 제재와 유럽 측의 경고에도 이란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전쟁이 턱밑까지 임박한 것처럼 보일 만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이란의 대응은 무모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거침이 없다.
일각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0년간 서방과 대치와 갈등에 익숙한 이란의 군사·외교 전략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 서방에 맞서는 이란의 움직임을 되짚어보면 철저하게 '비례 대응' 원칙을 정교하게 고수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슬람 경전 쿠란에서는 이를 '키사스'라고 하는데 죄를 지은 범인에게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처벌한다는 율법이다. 비이슬람권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잘 알려진 율법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유럽과 핵 합의를 유지하는 방법을 협상했다.
그러나 유럽은 정치적으로는 핵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으나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이란에 대한 투자도 끊었다.
1년간 '전략적 인내'를 끝낸 이란은 미국의 탈퇴 1주년이 된 올해 5월 8일 핵합의에서 약속한 핵프로그램 제한을 일부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핵합의 파기에도 1년간 핵합의를 지키면서 '피해자'로서 대응할 명분을 충분히 축적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처럼 단번에 핵합의를 탈퇴하지는 않고 유럽과 계속 협상한다며 60일 주기로 단계적 이행 축소로 결정했다.
5월8일부터 60일간 1단계 조처로 핵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겼고, 7월7일부터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의 농축도 제한(3.67%)을 초과해 4.5%까지 올렸다.
그러면서 '행동대 행동' 원칙을 이런 핵합의 이행 감축의 근거로 들었다.
핵합의는 서방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풀면 이란도 핵프로그램을 축소·동결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즉 상대방이 이를 어기면 자신의 의무도 이행할 이유가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칙은 핵합의 36조에 명문화됐고, 이란은 이 조항을 이행 축소의 합법적 명분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일방적 탈퇴는 전략적으로 인내했으나, 유럽마저도 이란과 교역이라는 핵합의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므로 이에 비례해 이란도 핵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게 이란의 논리다.
핵합의가 다자간 합의인 데다 유럽이 일단 말로는 이를 지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란도 유럽처럼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고 준수와 탈퇴 사이의 중간 지대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이란은 동시에 핵합의를 완전히 탈퇴하면 서방의 제재가 복원돼 경제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키사스 식' 대응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유럽연합(EU) 제재를 위반했다면서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자 이란은 19일 영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반대 방향 해로로 항해하고 어선을 충돌하고서도 구조하지 않고 도주했다면서 이 배를 억류했다.
지브롤터에서 영국 해병대가 동원된 대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 특공대가 배를 억류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21일 "영국의 도적질을 그대로 돌려줬다"라고 억류의 배경을 규정했다.
서방의 압박에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비례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한 정치평론가는 "서방 언론과 정부는 이란의 대응을 무모하고 긴장을 부추기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란은 매우 정교하게 대응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선을 먼저 넘은 쪽은 당신들이다.'라는 식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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