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日 수출규제 철회 결의도 못 한 국회 안타깝다
(서울=연합뉴스) 흔히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른다.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의사에 기초하여 정치를 펼치는, 아니 펼쳐야 할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무도한 외교 행위가 자유무역 정신을 해치고 국제분업질서를 파괴하며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엄중한 시기에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헤아리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 여야 정쟁이 뒤덮은 국회는 끝내 일본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6월 임시국회를 마감했다. 22일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다는 의견만 모은 채 전체 결의를 기약 없이 뒤로 미뤘다. 그것도 대일 문제 대처를 위한 국회 차원의 미국 방문단 출국일이 24일로 잡힌 데 따른 미봉으로 전해진다. 방미단 일정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안 될 뻔했다는 이야기다. 전체 의원이 모이는 본회의에서 채택한 결의안을 가지고 의원외교에 나서야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시민들은 국가적 위기에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일본 여행을 자제하기까지 하는 마당인데 정작 국민대표들은 이 정도 결속에 그친다면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쥐여준 채 안심할 수 있겠는가.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의사일정 논의를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22일 다시 머리를 맞댄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건 없는 대일 결의안,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앞세우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과 이들 처리를 연계해 맞서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해임건의안 표결이 어렵다면 북한 소형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국정조사라도 받으라고 한다. 이렇게 다투며 자기 입장만 전부 관철하려는 정당들이 이번 주 일본의 수출통제에 대응한 비상협력기구 가동을 위한 실무협의에 나선다고 하니 과연 그런 협의가 순조롭게 될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지금은 비상한 국면인 만큼 발 빠른 논의와 타협이 요구되는데, 어느 것 하나 미덥지 못하니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20대 국회는 협치의 시대적 요구를 안고 출발했다. 협력정치는 낯선 낱말이 아니다. 여야가 민심과 동떨어진 싸움만 하지 말고 대화하며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민의가 굴절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길 바라는 촛불 민심의 연장선에 20대 국회가 있다는 건 그 이유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속락하고 실업의 고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체질 개선 격변기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여기에 더디 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난제에다 일본의 경제보복 태풍까지 강타한 형국 아닌가. 안팎의 정세를 고려할 때 국회에 제 몫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오는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에 내년 4월 치르는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국회가 일할 시간이 많지 않다. 여야 원내 지도자들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여 국민들에게 좌절감 대신 희망을 안기길 촉구한다. 그러려면 국정에 무한책임을 가진 여권이나, 함께 책무를 나눠야 할 야권이나 원하는 것 모두를 얻으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절충하고 또 절충하고 타협하고 또 타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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