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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퇴근행렬 썰물처럼…'52시간제' 부산 금융권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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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퇴근행렬 썰물처럼…'52시간제' 부산 금융권 모습은
'워라밸' 개선 효과 뚜렷…프로젝트 업무 추진 등 애로·주변 상권 위축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지난 18일 오후 6시 10분께 부산도시철도 2호선 부산국제금융센터역.
흰 셔츠 차림의 퇴근길 직장인들이 우르르 지하철 게이트로 몰려들었다.
이 시간대 부산국제금융센터역을 지나는 열차는 이 역에서 거의 만차를 이룬 뒤 떠났다.
그러다 오후 6시 30분이 지나자 역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한산해졌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퇴근길에 나서면서 짧은 시간에 썰물처럼 직장 사무실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올해는 부산금융중심지 지정 10년을 맞는 해이다.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기관들이 입주해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는 30여개 기관이 모여 있다.
이곳에 상주 근무 인원만 3천800명에 이른다.

주 52시간제가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BIFC 주변 모습이 바뀌고 있다.
오후 6시 정각이면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 빌딩과 인근 BNK부산은행 본점, 기술보증기금 건물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특기 대부분 금융기관이 퇴근 시간 PC 강제 셧다운제를 도입하면서 오후 6시 정각이면 사무실 컴퓨터는 자동으로 꺼진다.
BNK부산은행의 경우 PC와 함께 사무실 전등도 소등된다.
부산은행은 낮 12시부터 런치 세이버에 들어가 점심시간 1시간 동안에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

18일 오후 6시 30분이 지난 부산은행 건물 내로 들어가 봤더니 대부분의 사무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반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개선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은행 본점 4층 피트니스센터는 불을 훤히 밝힌 채 운동하는 직원들로 최근 크게 붐비고 있다.
피트니스센터를 관리하는 직원은 "52시간제 시행 전에는 하루 50∼60명에 그쳤는데 지금은 100여 명의 직원이 찾아 운동한다"고 말했다.
BIFC 50층에서 62층까지를 사용하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대부분의 금융 공공기관 근무자들도 오후 5시 50분쯤에는 업무를 서둘러 마감한다.
이들 기관 직원들은 오후 6시 이후 불가피하게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부서장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시에 오후 6시 업무를 중단하다 보니 가장 큰 애로는 승강기 타기다.
퇴근길 직원들이 같은 시각에 엘리베이터로 몰리다 보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20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일까.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기 스케줄을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이 좋아졌고, 업무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최윤지 한국주택금융공사 홍보과장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주어진 업무를 끝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집중 업무시간'을 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는 가능한 한 자리를 지켜야 한다.
흡연자들도 이 시간에는 건물 밖 흡연실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BIFC 내 한 금융기관 팀장은 "단기간에 기획안을 내야 하는 일이나 주어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는 52시간제가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일을 집에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기관 차장급 직원은 "컴퓨터가 강제로 꺼지기 때문에 일을 빨리 끝내려고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아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사무실 주변 상가들도 영업손실을 호소한다.
BIFC 본건물 인근 몰에 입점한 한 식당 주인은 "옛날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저녁 시간에 손님이 보였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며 "지금은 대부분의 식당이 점심만 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ljm70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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