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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슈퍼주니어, 사우디서 잇단 K팝 공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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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슈퍼주니어, 사우디서 잇단 K팝 공연 왜?
사우디 엔터산업 육성 정책에 잇단 해외 가수 공연
"K팝, 중동지역서 검증된 콘텐츠…시장 다변화 과정"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14일 그룹 방탄소년단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선 중동지역 아미(팬클럽)들이 들썩거렸다.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았다'는 환호와 함께 인접 지역 공연 요청도 이어졌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방탄소년단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도 보길 원한다. #UAEwantsBTS',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도 와달라. #BTSinJeddah'.
트위터 측은 "15일부터 #btsinjeddah 관련 트윗이 2만2천 건, 16일부터 #UAEwantsBTS 트윗이 2만4천 건가량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간 K팝 스타들은 아시아, 미국, 유럽, 남미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중동지역은 주요 활동 반경에 두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시장성과 정치적인 불안정성, 종교적인 율법에 따른 문화 차이 등이 이유였다.
물론 비교적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대기업 주최 공연이나,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합동 공연이 열렸지만, 사우디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해외 가수 공연에 제약이 많은 곳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대규모 공연을 예고하고,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슈퍼주니어가 사우디 제다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단독 공연을 성황리에 열자 현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사우디, 엔터산업 육성 바람…"방탄소년단, 역사적인 걸음"
사우디는 2014년 유가 위기 이후 2016년부터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펼친다. 석유 산업 의존성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산업으로 분산·발전시킨다는 내용으로 엔터테인먼트·관광 산업 육성이 포함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중동 콘텐츠산업 동향'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에는 테마파크 개발, 영화관과 콘서트 등 허용되지 않은 영역 개방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설치된 사우디 엔터테인먼트청(GEA)은 올해를 '엔터테인먼트 해'로 선언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등지 사설 공연과 해외 가수 초청을 이 분야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정했다.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를 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는 지난달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고 여러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가요계는 슈퍼주니어와 방탄소년단 공연이 현지 대중문화 활성화 흐름에 기반한 것으로 본다.
실제 사우디에선 2017년 6월 미국 가수 토비 키스가 남성 관객만 입장한 가운데 콘서트 포문을 열었다. 그해 12월 피아니스트 야니 등 대규모 공연에선 남녀 협연, 여성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엔터테인먼트청이 발표한 공연 일정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천회 이상 공연이 사우디 전역에서 열렸다.


K팝의 경우 이미 몇몇 무대를 계기로 중동지역 젊은층 인기가 검증됐다.
지난해 4월 두바이 오티즘 록스 아레나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에는 중동 지역 1만5천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2016년 3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CJ E&M 주최 한류 이벤트 '케이콘'(K-CON)에도 이슬람권 고유 복장인 히잡과 차도르를 착용한 팬 등 5천500여 관객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당시 케이콘에서 방탄소년단을 만난 팬들은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열띤 환호를 했다.
슈퍼주니어 레이블을 둔 SM 관계자는 사우디 공연에 대해 "현지 프로모터는 오랜 기간 활동해 현지에서 축적된 인기가 높은 슈퍼주니어를 가장 먼저 리스트업했다고 한다"라며 "티켓이 예매 시작 3시간 만에 매진됐고 공연장 열기는 보도자료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현지 미디어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10월 11일 공연하는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은 약 7만석 규모로 중동지역 아미의 축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非)아랍권 가수가 단독으로 야외 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강문 대중음악 평론가는 "다수 가수가 월드투어 지역에 미국과 유럽, 남미를 넣는다"며 "그러나 중동 지역은 K팝 공연 불모지란 점에서 방탄소년단이 선택했을 수 있다. 다른 가수가 가지 않는 지역에서 스타디움 공연이란 역사적인 걸음을 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사우디는 여성이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 해외 여행·결혼 등이 불가능한 '마흐람 제도'가 있어, 방탄소년단이 자신들 공연을 보러 오기 쉽지 않은 팬들을 찾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또 "오래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K팝에 대한 반응이 온 터라, 시장 다변화 과정 중 하나"라며 "성공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사로잡는다면 수익성이 좋은 시장이며, 공략된다면 뿌리칠 시장이 아니다"고 봤다.


◇ 드라마서 K팝으로 확장한 중동 한류…"현지 정서와 접점 있어"
중동지역 한류는 10여년 전 '대장금'과 '주몽' 등 드라마 인기가 주도했다.
2006~2007년 이란에서 방송된 '대장금'은 최고 시청률 90%까지 치솟았고, 2008~2009년 방송된 '주몽'은 최고 시청률 85%로 파란을 일으켰다. '대장금'과 '주몽', '허준' 등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에서도 방송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사우디의 유력 영어신문 아랍뉴스는 한류 관련 연속 보도 중 'K-열병(fever)에 걸린 사우디 소녀들'이란 기사에서 젊은 여성층에 분 한류 인기를 조명했다.
이 신문은 보수적인 사우디까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드라마로 한류에 입문한 방탄소년단, 슈퍼주니어 팬을 소개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 밀레니얼 세대(20~34세 남녀 464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동 관광객 유치 마케팅 전략 도출' 보고서에서도 K팝 투어가 5점 만점에 3.75점으로 가장 높았다.
국내에서도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 이슬람 문화권 팬들을 곧잘 만날 수 있다. 콘서트장이나 기획사가 운영하는 카페, 매주 금요일 이른 아침 KBS 2TV '뮤직뱅크' 출연 가수들의 '출근길'에는 히잡 쓴 팬들이 쉽게 눈에 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한류 콘텐츠가 현지 문화권과 공감의 접점이 있고, 정서를 크게 해치지 않아 호응을 얻는다고 해석했다.
가수와 배우가 소속된 한 기획사 해외 사업 담당은 "전통 예절과 역사성을 담은 한국 사극이나 권선징악 스토리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다"며 "K팝도 춤이나 노래 가사, 무대 연출 등에서 서구 팝에 비해 선정적이지 않아 현지 정서를 해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SM 관계자는 "이번 슈퍼주니어 사우디 공연에선 VCR 영상의 '섹시'란 단어만 자막 번역을 바꿨을 뿐, 노래 가사나 의상, 춤에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이슬람 문화 이해해야…"정치·사회적인 위기 요인도"
그러나 엄숙하고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으로 인한 문화적 차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 2015년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그룹 B1A4 팬미팅에서 히잡을 쓴 여성 팬이 멤버와 포옹해 체포될 위기에 처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는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7년 방탄소년단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KBS 2TV '뮤직뱅크' 방청객 이벤트에서 히잡을 쓴 여성 팬과만 악수나 포옹을 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SM은 두바이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에서 이슬람의 종교의식을 존중해 공연 도중 10여분 간의 기도 시간을 준 뒤 공연을 재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장 파악을 위해선 사우디의 정치, 사회적인 이슈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난해,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 정치적인 불안정성, 여권 탄압 논란 같은 위기 요인이 있어서다.
그로 인해 사우디에서의 잇단 해외 가수 공연이 대중문화를 통해 개방 사회 이미지를 만들려는 정부 홍보를 돕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영국 BBC는 지난 15일 '왜 사우디는 BTS 같은 최정상 팝스타를 원하나'(BTS: Why Saudi Arabia wants high profile pop stars)란 기사에서 "사우디는 경제 개혁과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비즈니스에 개방된 사회란 걸 보여주려 노력해왔다"며 "방탄소년단과 같은 아티스트 공연도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난 1월에는 머라이어 캐리가 서방 여성 가수로는 처음으로 사우디 공연을 열어 여성 인권 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여성 인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보여주기식 문화 개혁에 이용됐다는 논란이었다. 머라이어 캐리 측은 "사우디의 성평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반박했다.
반면, 니키 미나즈는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호소하는 차원에서 18일 계획한 사우디 제다 월드페스트 공연을 취소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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