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규탄에도 아랑곳 않는 트럼프 "내가 이기는 싸움"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 큰소리…오마 의원 위장결혼 의혹에 맞장구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미국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을 비롯한 안팎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이 정치적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A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를 위해 백악관에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떠나라"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한 뒤 "내 생각에는 내가 이 정치적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 그것도 아주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자신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지목했던 민주당 여성의원 4인방 중 한 명인 일한 오마 의원에 대한 소문을 언급하며 인신공격을 이어갔다.
한 보수 성향 매체 기자가 오마(37·미네소타) 의원이 남자 형제에게 미국 체류 자격을 주기 위해 그와 법적으로 혼인한 적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 정부가 조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자신도 들은 적 있다"며 맞장구쳐 소문 확산에 일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가 남자 형제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녀가 동생과 결혼했다는 말은 들었다. 분명히 누군가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 의원이 남자 형제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돕기 위해 그 형제와 법적 혼인을 맺었다는 '위장결혼' 의혹은 그가 미네소타 주의회 선거를 위해 뛰던 시절부터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오마 의원 측은 과거 성명을 내고 "완전히 거짓이고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의원을 겨냥해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내년 재선을 염두에 둔 일종의 선거 전략이라는 데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들을 민주당을 대표하는 '얼굴'처럼 비치도록 해 민주당에 '극좌편향' 프레임을 씌우고, 그 틈을 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사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민주당의 얼굴로 만들고, 그들을 변두리 집단으로 부각해 중도 유권자들이 그들에 대한 관심을 끄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처음에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트윗이 지나치다고 우려했으나 후속 트윗이 이어지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애국심이 넘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조국을 싫어하고 주류에서 벗어난, 사회주의적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의원 4인방을 대결 선상에 놓고 대비시키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거둬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참모는 "미국인들이 그 '집단'(유색인종 의원들)과 대통령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쉬운 선택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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