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60대 택시기사 성추행 초교 교감 해임은 부당"
'피해자 사회 경험 많은 60대, 범행 내용상 충격 크지 않아' 1심 뒤집혀
여성단체 "성 인지 감수성 거스르는 부적절한 판결" 반발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천정인 기자 = 택시기사를 성추행한 초등학교 교감을 교육청이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당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풍부한 60대 여성이고 진술 내용상 성적 수치심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 여성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7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광주고법 행정1부(최인규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초등학교 교감 A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항소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해임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2017년 9월 9일 자정께 택시 뒷좌석에 타고 광주 서구 도로를 지나던 중 운전석에서 운전하던 여성 기사 B씨의 가슴을 만지고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10월 광주지검으로부터 보호관찰 선도위탁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A씨를 해임 처분했다.
1심 재판부는 "교사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 윤리와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고려할 때 징계 기준이 비합리적이지 않다"며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만취해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피해자가 즉시 차를 정차하고 하차를 요구해 추행 정도가 매우 무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추행을 신고하려던 것이 아니라 경찰 도움을 받아 하차시키려 했다'고 진술했고 A씨와 원만히 합의했다"며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풍부한 60대 여성인 점, 진술 내용을 볼 때 피해자가 느낀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김미리내 소장은 "이 판결에는 전형적으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통념이 들어있다"며 "성 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 노인들이 성폭력 피해를 보고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러한 잘못된 통념 때문"이라며 "성적 자기 결정권은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있어도 보호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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