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정전' 발단은 고압 케이블…주변 전력망 '릴레이 단전'
64번가 1만3천볼트 전력 케이블서 최초 문제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지난 주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고압 전력케이블과 맞물린 설비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꼭 42년 전 허드슨강 인근의 변전소에 벼락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대정전(블랙아웃)과는 달리, 일종의 기계적 결함으로 말단 전기공급이 끊겼다는 의미다.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맨해튼 미드타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뉴욕시 전력망을 운영하는 콘 에디슨에 따르면 맨해튼 웨스트 64번가에 설치된 1만3천 볼트 케이블에서 최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케이블이 지나가는 도로변 맨홀 뚜껑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압 케이블의 결함이 감지되자, 맨해튼 미드타운에 전기를 분배하는 6개 네트워크에 일제히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해당 케이블이 지나는 전력망을 정교하게 단전하지 못하고 '릴레이 정전'으로 이어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령, 특정 전력기기에 과부하가 걸리면 가정 내 전력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애초 콘 에디슨 측은 "케이블 문제는 일상적인 사안"이라며 이번 정전 사태의 원인에서 배제하고 웨스트 49번가의 변전소 문제를 의심한 바 있다.
앞서 맨해튼에서는 지난 13일 저녁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하면서 7만3천 가구에 전력공급이 끊겼다.
고급 레지던스와 상가가 밀집한 어퍼 웨스트사이드 지역부터, 록펠러센터와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밀집한 미드타운까지 폭넓은 지역이 암흑천지로 변했다.
명소인 타임스스퀘어의 일부 전광판도 정전으로 불이 꺼졌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비롯한 각종 공연이 잇따라 취소됐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도 '대목'인 주말 밤 공연을 허탕 치면서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NYT는 전했다.
자정 무렵 전력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맨해튼 시민과 관광객들은 4~5시간 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전은 공교롭게도 지난 1977년 뉴욕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태의 42주년이 되는 날 발생했다. 당시 변전소 낙뢰로 시작된 대정전은 25시간 동안 지속하면서 광범위한 약탈과 방화로 이어진 바 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