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알고리즘 주식거래도 작전에 쓰이면 "제재 대상"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IB) 메릴린치증권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처리한 혐의로 한국거래소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알고리즘 거래가 어디까지 규제 대상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16일 메릴린치증권에 대해 1억7천500만원의 제재금 부과 등을 결정했다.
메릴린치증권은 2017년 10월부터 작년 5월 사이에 미국 시타델증권으로부터 430개 종목에 대해 알고리즘 거래 방식의 허수성 주문을 6천220회(900여만주, 847억원어치) 수탁 처리해 허수성 주문 수탁을 금지한 거래소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알고리즘 거래로 금융기관이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8월 한 증권사가 알고리즘 거래를 통한 코스피200 옵션 가장성 매매를 수탁해 회원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 2014년에는 미국 트레이딩업체 '타워리서치'가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서 알고리즘 초단타 매매로 시세조종을 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시세조종 등과는 달리 미리 짜여진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따라 매매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알고리즘 거래를 제재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알고리즘 거래가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고 해도 시스템 설계 및 운영 과정에서 사람의 의사가 반영되는 만큼 다른 거래와 동일하게 시장감시 규정이 적용되며 허수성 주문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제재 결정은 법령을 근거로 금융당국 및 법원이 부과하는 행정제재나 형사처벌과 달리 거래소 자체 규정을 위반한 회원 증권사에 내리는 자율적인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거래소는 메릴린치 측이 시장감시위원회 회의 때마다 추가 의견진술을 요청함에 따라 충분한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시장감시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번 제재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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