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조사에 격분한 필리핀, 아이슬란드와 단교 검토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조사하도록 한 유엔 인권이사회(UNHRC) 결의안을 주도한 아이슬란드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GMA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전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이슬란드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파넬로 대변인은 또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이슬란드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UNHRC 회원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필리핀 당국에 사법절차를 벗어난 살상을 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 대표에 1년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결의안을 제출한 아이슬란드와 찬성표를 던진 회원국들을 향해 '바보', '개XX'라고 비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도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들을 겨냥해 "지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UNHRC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4일 필리핀 주재 프랑스대사 관저에서 개최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행사에 필리핀 외무부 공무원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도 프랑스가 결의안에 찬성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용의자 6천6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재판 없이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으로 실제 희생자가 2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고, 국제사면위원회(AI)는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대규모 살인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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