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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뛰어넘는 광기와 섬뜩함…연극 '미저리'
길해연·김성령·김상중·안재욱, 팽팽한 연기대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전화도 터지지 않는 집에 두 사람이 있다. 간호사 출신인 끔찍이도 외로운 여자와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진 잘생긴 작가. 폭설로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미저리'는 1991년 개봉한 영화로 친숙한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지난해 국내 초연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유명 소설가 '폴'이 사고를 당하고 '애니'가 그를 구한다. 생명의 은인이자 열혈 팬인 줄 알았던 애니는 점점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폴의 신작에 욕설이 삽입됐다거나, 자신이 아끼던 소설 속 캐릭터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미치광이처럼 격분한다. 폴에게 사죄를 요구하며 걸레 빤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하기도 한다. 폴은 탈출을 시도하다 번번이 좌절하고,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은 갈수록 심해진다.
이 연극의 힘은 배우들의 호연에서 나온다. 애니 역의 길해연, 김성령과 폴 역의 김상중, 안재욱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팽팽한 긴장감 속에 표현한다. 연기경력 도합 10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원작의 텍스트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을 선사한다. 특히 길해연은 외롭고 불쌍한 여자 애니와 스토커의 대명사 애니를 오가며 '저런 과거 때문에 이 여자가 이렇게 됐구나' 하는 동정심을 갖게 한다. 폴을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인물인 '보안관' 역을 맡은 고인배는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5일부터는 MBC 손정은 아나운서가 이 역할로 출연한다.
회전 무대를 활용한 미장센과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주연이다. 애니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무대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걷잡을 수 없는 심리상태가 이어지며 100분 러닝타임이 지루할 새가 없다.
드라마 '궁'과 '돌아온 일지매'를 만든 황인뢰 PD 연출. 공연은 9월 15일까지. 관람료 3만3천∼7만7천원.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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